11월 14일 사상 초유의 유럽 공동총파업과 연대 행동이 벌어졌다. 이날 유럽 23개 나라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행동이 벌어졌다.

유럽 반긴축 투쟁의 선두에 있던 그리스 노동자들이 특히 공동총파업 소식을 반겼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11월 7~8일에 벌어진 48시간 총파업 시위에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국기를 나란히 들고 행진했다.  

11월 14일 국경을 뛰어넘어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반대한 유럽 노동자들. ⓒ인포그래픽 김인수

공동총파업을 처음 호소한 포르투갈 노동자들은 14일 0시부터 파업에 나서며 그리스 노동자들에게 화답하듯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행진했다. 

한 우체국 노동자는, “모든 곳에서 같은 날 함께 파업한다니 정말 꿈만 같다. [1974년 포르투갈] 혁명 당시 나는 세 살이었는데, 수십 년 만에 그런 저항이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긴축에 반대하고 일자리와 유럽의 단결을 위한”(유럽노총) 공동총파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노총인 노동자위원회(CCOO)도 파업 전날 밤 8시 반부터 집회를 개최했다. 사람들은 “총파업으로 영업 안함. 다른 미래는 없다”는 스티커를 거리와 상점에 부착하며 다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기 힘든 맥도널드 노동자들도 작업장을 박차고 나왔다. 스페인 전체 노동자의 80퍼센트가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노동자들도 4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시위대는 중앙역 철로에 드러누웠고, 노동자들은 지하철도 멈춰 세웠다. 

학생들은 경찰서를 습격하고 지방청사를 점거하며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노동부 장관이 졸업생들에게 “눈높이를 낮춰라”고 말한 것을 콕 집어서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싸우겠다”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유럽 노동자들이 이처럼 국경을 뛰어넘어 총파업을 벌인 것은 모든 유럽 지배자들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왔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27퍼센트다. 그런데도 독일 총리 메르켈은 공동총파업 이틀 전 포르투갈을 방문해서 “용감한 길을 걷고 있다”며 포르투갈 정부를 치하했다.

이웃나라 스페인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2배 더 높다. 정부와 트로이카(유럽연합, IMF, 유럽중앙은행)의 지원을 받은 은행들은 뻔뻔하게도 빚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40만 명의 집을 빼앗고 강제 퇴거시켰다. 

강제퇴거

그리스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경제 위기 전에도 독일보다 1.5배나 많았고 OECD에서 한국, 칠레 다음으로 높았다. 그런데 트로이카는 토요일에도 일해야 한다고 강요해 왔다. 

그러면서 지배자들은 남유럽 노동자들을 “돼지들”(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첫 알파벳 모음)이라고 부르며 나머지 유럽과 이간질 해 왔다. 그러나 이날 파업은 이런 논리를 산산조각냈다. 

“무엇보다도 남유럽 동지들이 외롭게 싸우도록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 같은 재앙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유럽을 만들기 위한 진짜 싸움이 필요합니다.” 

공동총파업과 때를 같이해 전국 파업을 벌인 벨기에 철도노조 조합원의 말이다. 이들은 철도 민영화에 맞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공무원노조는 3시간 파업을 벌이며 공동총파업에 힘을 보탰고, 터키와 리투아니아에서도 노동자들이 연대 파업을 벌였다.

프랑스 노총들은 “우리 모두는 그리스인, 포르투갈인, 스페인인, 이탈리아인 들이다”라며 시위를 벌였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오스트리아에서도 “우리 모두는 그리스인이다” 시위가 열렸다.

이번 공동총파업과 연대행동은 유럽 노동자 투쟁이 크게 전진할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이미 하루 파업을 넘어서 무기한 총파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요 작업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번 공동총파업은 이런 목소리에 큰 자신감과 대의명분을 제공할 것이다.

스페인 노동자들은 2년 전 노조 지도부가 총파업 직후 연금 개악에 합의해서 큰 환멸에 빠졌다가 다시 투지를 회복하는 중이었다. 공동총파업은 이 속도를 더욱 빨라지게 할 것이다. 

이런 급진화에 역행하며 긴축을 추진한 주류 사민주의 정당들이 대거 몰락하면서 정치적으로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그리스 시리자, 프랑스 좌파전선, 스페인 좌파연합당과 같은 좌파 개혁주의 정당들이 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동시에 뾰족한 정치적 대안이 없다고 느끼는 대중들 사이로 파시즘과 인종주의도 침투하고 있다. 

유럽의 혁명적 좌파는 아래로부터 투쟁을 조직할 뿐 아니라 이런 정치적 지형에 개입하며 진정한 대안도 발전시켜야 한다. 

유럽 공동총파업은 그런 과제를 수행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무엇보다 유럽 공동총파업은 전 세계와 이 나라의 노동자들에게도,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엄청난 투지와 자신감을 선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