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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파업을 성공시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2차 파업은 더 크고 강력할 것이다”

지난 11월 9일 “사람이 아니라 분필, 지우개와 같은 물건 취급” 받으며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던 학교비정규직(이하 학비) 노동자들이 일어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이하 ‘연대회의’)와 서울지역일반노조 소속 학비 노동자 1만 6천여 명이 역사적인 첫 파업을 벌였다.

학비 노동자들은 최근 2년여 동안 급속도로 성장했다. 2010년 진보교육감 당선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 당시 민주노동당 등의 활동가들이 각 학교를 돌아다니며 노조 가입을 독려했다. 순식간에 전체 15만 명 중에 25퍼센트인 4만 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학교를 바꾸고, 교육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더 넓은 연대를 건설하며 단호하게 2차 파업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진

그동안 ‘아줌마’, ‘어이’라고 불리며 호봉도 수당도 못 받던 학비 노동자 1만여 명이 “비정규직이 해주는 밥을 먹고, 비정규직 강사에게 배워 비정규직이 되는 미친 나라를 바꾸겠다(박금자 전국학비노조위원장)”고 다짐하며 투지를 다진 것이다.

보수언론들이 “급식 대란”, “아이들의 밥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고 비난했지만, 학비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꺾을 수 없었다. 압도적으로 신규 조합원인데다 수백 수천 개의 학교로 흩어져 있는 현실도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엄정한 행정조치와 형사고발”을 천명했지만, 오히려 반발만 키웠을 뿐이다. 결국 학비 노동자들은 ‘전교조도 20년 역사 동안 해 본 적이 없다’는 파업에 나섰고 성공했다.

파업에 나선 학비 노동자들은 “내 생애 가장 찬란한 날이다”, “내가 이 속에 함께한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높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초부터 학비 노조 세 단체가 ‘연대회의’로 단결해 공동 투쟁을 벌인 것이 학비 노동자들의 대열을 늘리고 힘을 키운 원동력이었다. 서울지역일반노조 소속 학비 노동자들도 1차 파업에 가세해 힘을 보탰다. 노동자 단결이 더 큰 힘으로 발전한 것이다.

전교조가 이 투쟁을 든든하게 지원한 것도 커다란 힘이었다. 전교조는 “차별을 가르치는 학교에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지부·지회·분회별로 연대 방침을 마련했다. 현장의 상당수 교사들도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을 응원하고, 파업 지지 1인 시위를 벌이고, 학교장의 부당노동행위에 함께 맞섰다.

많은 학부모 단체와 교육 단체, 시민사회 단체, 학생 들도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학비 노동자들은 대선 국면에서 야권 후보 당선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규모 집회와 하루 파업을 벌이며 스스로의 힘을 드러내고 정부와 대선 후보들을 압박했다.

파업 당일에만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1천여 명이 새로 가입했고, 곳곳에서 노동조합 가입서가 쇄도하고 있다.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동운동의 일보 전진이었다. 현대차 비정규직과 쌍용차 노동자 들의 투쟁,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규모 집회와 더불어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은 전체 계급세력의 추를 왼쪽으로 이동시키고,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근혜의 위기를 재촉하는 데도 중요한 구실을 했다.

성과

1차 파업의 성과로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들도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국회 교과위에서 2013년 호봉제 책정을 위한 8백8억 원 예산안이 통과됐다. 또, 국회 문방위에서 학교스포츠강사 인건비를 10퍼센트 인상하는 안이 통과됐다. 11월 20일에는 전국교육감협의회에서 학비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에 대한 연구팀 구성안이 논의된다.

그러나 현 상황에 만족할 수는 없다. 지난해에도 국회 교과위 예산소위가 7백12억 원의 호봉제 예산을 책정했지만, 본회의 과정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바 있다. 또, 여전히 정부와 새누리당은 교육공무직 법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민주당도 믿기 힘들다. 무엇보다 교과부와 10곳의 보수교육감들이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는 교섭에 응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에 학비 노조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호봉제 도입 예산을 거부하거나 교과부가 교섭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11월 중 2차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2차 파업의 규모와 시기는 1차보다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22일에 2차 파업에 나서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교과부와 새누리당이 정당한 요구를 계속 무시한다면, 학비 노조는 예고한 대로 더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하는 2차 파업에 단호하게 돌입해야 한다.

2차 파업에서도 학비 노조들의 굳건한 단결, 전교조와 학부모·사회단체 들의 강력한 연대가 더 강화돼야 한다. 2차 파업으로 호봉제 예산을 최종 확정하고, 교과부와 10곳의 보수교육감을 교섭장으로 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