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6년 3월에 격주간 〈다함께〉 75호에 실렸다. 홍미정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는 국내에 몇 안 되는 팔레스타인 전문가로 2005년 12월 30일부터 두 달간 팔레스타인에 체류한 바 있다. 그는 또한 2006년 1월 25일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 때 선거감시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함께〉 기자 김용민이 홍미정 교수를 만나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하마스의 총선 승리, 이스라엘 정치 등에 대해 물었다.


최근에 팔레스타인에서 돌아오셨는데, 지금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금 팔레스타인은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뉩니다.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지방, 가자지구, 이렇게 나뉘는 거죠. 그런데 이 세 지역 간에 통행이 아주 힘들어요. 이스라엘이 발행하는 허가증이 없으면 이동이 안 되기 때문이죠. 동예루살렘 사람들은 아예 가자지구에 갈 수가 없어요.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게 장벽으로 완전히 막혔습니다. 서안지방과 예루살렘이 완전히 분리된 거죠.

분리 장벽은 철옹성이라고 할까, 전자감시 장치 같은 걸 해놔 가지고, 그 전에는 개구멍 비슷한 통로가 있어서 이스라엘이 막아도 어느 정도 사람들의 왕래가 가능했는데, 이제 8미터짜리 콘크리트 장벽이 들어섰어요. 어느 지역은 고압 전류가 흐르고 감시탑에서 감시도 하고 무인 정찰기가 다니고 그래요.

아마 올해가 지나면 장벽 건설이 완료될 텐데, 그렇게 되면 서안지방 사람들이 절대 넘어올 수 없을 거고, ‘불법 노동자’들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겠죠.

지금 현재 서안지방에서 이스라엘 쪽, 그러니까 동예루살렘 쪽으로 ‘불법 노동자’들이 [허가 없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이 사람들 월급이 약 5백 달러, 우리 나라 돈으로 50만 원 정도 돼요. 그런데 이스라엘 물가, 팔레스타인 물가가 굉장히 비싸요. 거의 우리 나라 수준이에요.

그런데 이걸 받으면서도, 그것도 위험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서안지방 내부에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이렇다 할 산업시설이 전무하고, 농산물, 그러니까 올리브, 오렌지 같은 것들이 거기는 유명한데, 이런 것들을 재배해서 수확하면 팔아야 되잖아요. 그래야 돈이 되는데, 이 서안지방 내의 도시 자체가 또 도시마다 고립이 돼 있어요. 도시 진입로마다 검문소가 있는데, 그 입구를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키고 있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통과를 허가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거든요. 라말라에서 나불루스로 들어가려면 이런 검문소를 수도 없이 통과해야 돼요.

[문제는] 농산물이 재배되면 도시에서 도시로 운송을 해야 하는데, 절대로 운송을 못한다는 거죠. 검문소에서 통과를 안 시켜 주거든요.

툴카렘 쪽에 가보니까 오렌지가 그냥 땅에 떨어져서 썩고 있어요, 그 가난한 지역이. 너무 많이 나는데, 따봤자 돈이 안 되니까 그냥 막 땅에 떨어져 썩어가요, 노랗게. 땅이 완전히 노랗게 덮여 있어요.

이런 식으로 팔레스타인 안에서는 경제적으로 생존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에요. 이건 그 지역의 무슨 특성 때문이 아니고, 점령 때문이죠. 이스라엘이 점령한 상태에서 산업시설도 전혀 짓지 못하게 하고, 농산물조차 이동을 통제하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거죠. 이건 순전히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탓이고,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은 거의 희망이 없는 거죠.

지난 1월 25일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압승을 거뒀습니다. 서방, 특히 미국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한 데 매우 놀란 듯한데요,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입니까?

팔레스타인은 지방선거를 나눠서 치러요. 지금 1차, 2차, 3차 선거까지 끝났는데, 하마스가 거의 전 의석을 휩쓸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총선에서도 하마스가 승리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서방 언론들은 대체로 하마스가 30퍼센트 정도 얻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더군요. 그건 그들의 바람이 현실 분석에 투영된 것이겠죠.

사실, 파타는 조직 자체가 거의 붕괴돼 있었어요. 선거 전에도 ‘제3의 길’이라고, 파타 출신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떨어져 나왔어요. 분열한 거죠. 나머지 중에서도 파타로 안 될 거 같으니까 무소속으로 나오고, 아니면 지방자치 선거 결과를 보고 나서 하마스로 많이 옮겨갔어요. 하마스 당선자 중에도 전에 파타 소속이었던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사실, 파타는 스스로 자멸한 셈인데, 그 이유는 지난 십몇 년 동안 이스라엘과의 협상 과정에서 하나도 성취한 게 없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죠.

오슬로 협정은 1993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따지고 보면 사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은 1991년부터, 소위 ‘마드리드 대회’ 때부터 시작이 됐어요. 물론 그 때는 팔레스타인 대표가 요르단 대표단의 일부로 참가했죠.

당시 대표단장이 하이다르 압둘 사피와 2002년에 돌아가신 파이잘 후세인이었는데, 이 사람들이 마드리드 대회에서 주장한 게 정착촌 즉각 철거, 난민 귀환권, 국경 획정 문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국가 건설 문제였어요. ‘이걸 본격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죠. 바로 지금 하마스가 내세우고 있는 것들이죠.

그랬더니 당시 이스라엘 총리 사미르가 ‘그런 것들은 결코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영토 문제는 안 된다. 땅 문제를 얘기하면 협상 끝이다’ 이렇게 나온 거죠.

그러다가 이스라엘이 협상 파트너를 아라파트와 압바스로 바꿔서 진행한 게 오슬로 협상인데, 나중에 오슬로 협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결국 똑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2000년에 있었던 최종 지위 협상에서 그린 라인[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가르는 국경], 즉 1948년 전쟁에서 획정된 라인을 기준으로 해서 국경 획정 문제라든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문제, 정착촌 철거, 난민 귀환권, 수자원 문제, 이런 것들을 협상 주제로 올리는 순간 그냥 끝나버렸다는 얘기죠.

당시 이스라엘의 라빈이나 페레즈[둘 다 노동당 소속이었다] 같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보장해줄 것처럼 얘기했지만, 실제로 이 사람들이 이스라엘 의회 등에서 얘기한 걸 기록한 문서들을 보면 그들의 계획에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없어요. 이스라엘의 프로그램에는 처음부터 팔레스타인 국가란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면 그 순간에 협상은 끝나버리는 거구요.

게다가 재작년 1월 압바스가 자치정부 수반으로 당선된 후에도 이스라엘은 오히려 공세적인 점령 정책을 계속 추진했고, 분리 장벽을 완성했고, 고립 정책을 심화시켰어요.

요번에 예루살렘 주변 지역, 즉 예루살렘과 라말라, 베들레헴 쪽 지역에서 하마스가 다 장악했잖아요. 가자지구보다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방에서 하마스가 더 크게 승리한 이유는 압바스 수반 당선 이후 이스라엘이 서안지방 쪽에서 점령 정책을 더 공세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가자지구에서 뽑아낸 정착민들을 전부 서안지방으로 다시 이주시키면서 서안지방은 상황이 더 힘들어진 거죠.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테러조직이고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이유로 하마스가 구성한 정부에 대한 인정은 물론 협상도 없을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정 지원을 중단했고, 요르단강 서안지방과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공격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대체 우리가 무엇을 ‘테러’라고 해야 할까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건 테러가 아닌가요? 군인들만 공격했나요? 민간인들은 안 죽었나요? 군인보다 훨씬 더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는데, 그럼 그건 국가 테러라고 해야 하나요? 그럼 전쟁과 테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이스라엘이 자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데, 이스라엘이 하는 행위는 국가가 조직한 군인들을 통해 하는 거니까 테러가 아니고, 팔레스타인은 정규군이 없으니까 이 사람들이 하는 건 테러고. 그럼 결국 힘없는 사람들이 무장 투쟁하면 테러고 강대국들이 군사 공격을 대량으로 하면 정당하고. 다시 말해, 탱크나 미사일 같은 거 쏘는 거는 정당한 거고 돌멩이 던지고 총이나 로켓포 쏘고 하는 건 테러라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되죠.

또, 언론에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것도 완전 억지죠. 하마스는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합니다. 인정하니까 협상하겠다는 거 아니겠어요?

1967년 이전, 그러니까 1948∼49년에 끝난 전쟁의 선을 기준으로 해서 독립하겠다는 건 이스라엘을 인정하겠다는 거죠. 2003년에 발표한 이른바 ‘야신 독트린’에 그런 내용, 그러니까 그린 라인을 기준으로 해서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지방,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또, 최근에도 할레드 마샬[하마스 정치국장]이 지난 선거 끝나고 바로 1월 29일에 앞서 말한 주제들을 협상 의제로 한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무슨 얘기겠어요. 78퍼센트의 땅은 이스라엘이 갖고 나머지 22퍼센트만 우리가 갖겠다는 거거든요. 서안, 가자, 동예루살렘이 역사적 팔레스타인 영토의 22퍼센트입니다. ‘그 22퍼센트에서 국가 건설하겠다’, 이게 하마스의 주장이에요. 그런데 무슨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이건 완전 억지죠.

미국과 이스라엘의 경제 지원 중단 협박이 있자, 이란·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의사는 어느 정도 진지한 것입니까? 특히, 미국의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이란이 미국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하마스 정부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의 보수 왕정 국가들은 하마스를 경계합니다. 하마스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두려워하는 건데, 왜냐하면 이런 나라들이 보기에 팔레스타인인들은 혁명 세력이거든요. 군주정을 전복시키고 공화정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래서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지원을 하지 않을 거라고 봐요. 하마스 정부가 아니라 다른 정권이라고 해도 말이죠. 지금껏 파타가 잡고 있었지만 지원한 거 없잖아요.

하마스를 지지한 사람들 중 제가 아는 어떤 교수는 ‘하마스, 시리아, 이란 축이 가동될 것이다.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왜냐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이란에서 돈을 대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거에요.

하마스가 지역구 선거는 압승했지만, 전국구 선거는 사실 그렇지 않았어요. 전국구에서는 33퍼센트만 하마스를 찍었고 나머지 67퍼센트는 그렇지 않았어요. 파타나 사회주의자 같은 세속주의자들을 찍었다는 거죠. 여기서는 하마스가 창설되기 전인 1970년대까지 사회주의자들의 세력이 굉장히 강했어요. 이들은 굉장히 세속적이거든요. 그리고 이 사람들은 이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아마도 팔레스타인인들 가운데 약 67퍼센트는 이란과 연합해서 뭔가를 도모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거에요.

사실, 하마스 자체도 거기에 매달릴 거라고 보진 않아요. 왜냐하면 하마스 자체가 굉장히 실용주의적이거든요. 이들이 종교적인 동기에서 하마스를 창설하고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려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민족주의자로서, 강력한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이슬람을 선택했다고 저는 보거든요. 강력한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자들이라는 거죠.

따라서 팔레스타인의 이익이 무엇이냐 하는 현실정치에 굉장히 감각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구요. 유럽과 관계를 지속하고 러시아와도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걸 보세요. 다른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잘 맺으려고 노력한다는 거죠. 이란에만 매달리고 그러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탈레반 같은 사람들처럼 이슬람만 내세우고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모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굉장히 개방적이고 다른 세력들과도 잘 지내려고 해요.

아직 발표는 안 됐지만 앞으로 20일 뒤에는 하마스 정부의 조각이 끝날 거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사회주의자 그룹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나 무소속, 세속주의자 등 다양한 세력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파타를 끌어들이려고도 굉장히 노력했고. 파타가 거부했지만 다른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에요. 유럽이라든가 미국과의 관계를 잘 해보고 싶은 거죠. 비록 파타가 거부했지만 말이죠.

오는 3월 28일 이스라엘에서 총선이 치러질 예정입니다. 샤론의 정치적 사망과 팔레스타인 총선 결과가 낳은 충격의 영향권 내에서 치러질 텐데요. 이 두 사건이 이스라엘 정치와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반대로, 이스라엘 총선 결과가 팔레스타인, 특히 하마스와의 관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요?

리쿠드당의 네탄야후가 될 거라는 사람도 있고, 카디마당[샤론이 리쿠드당에서 나와 만든 당]이 팔레스타인에는 좀더 유리할 거라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아요.

카디마당이 생기기 전에 리쿠드당하고 노동당이 있었잖아요. 노동당의 라빈하고 시몬 페레즈 같은 사람들이 아라파트하고 같이 [오슬로 협정 체결로] 노벨 평화상도 받았잖아요.

그런데 오슬로 협상 과정을 주도한 사람들이 노동당이었지만, 결국 한 게 하나도 없잖아요. 상황이 계속 더 나빠졌거든요.

샤론이 리쿠드당에서 나와서 카디마당을 만드니까 뭔가 좀 유연해진 것처럼 얘기하는 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사실, 카디마뿐 아니라 노동당조차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리쿠드당보다 별로 나을 게 없어요.

왜냐면, 우파는 ‘싫으면 싫다, 안 하면 안 한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니까 차라리 뻔해요. 그런데 노동당은 일단 ‘협상을 하자’ 이렇게 나온다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협상을 해서 내용을 문서화해 놓고 보면 팔레스타인인들은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는 거죠. 협상을 할 때 힘의 관계가 그대로 반영돼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거에요. 실제로 1993년에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고 2000년까지 팔레스타인 내부 상황은 전보다 훨씬 더 나빠지지 않았습니까.

군사 점령이 끝나지 않는 한, 이스라엘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든 팔레스타인 상황이 나아질 건 하나도 없어요. 계속 협상을 했지만 그 끝에는 결국 다시 민중 봉기[인티파다]가 일어났잖아요. 상황이 훨씬 더 안 좋아졌다는 거죠.

물론 팔레스타인이 무장 투쟁만으로 독립을 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하지만 외교 협상 같은 걸로 독립하는 건 훨씬 더 불가능할 겁니다. 팔레스타인이 독립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수준의 격변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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