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에 내몰린 고속철도

 

‘꿈의 육상교통혁명’이라고 극찬받던 고속철도가 개통되자마자 하루 2건꼴로 고장이 나자 ‘고장철’ 또는 ‘고속불만철’이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수익성만을 고려한 고속열차 운영은 이용자들에게 다른 불편도 주고 있다. 보조석까지 포함해 1천여 좌석을 구비한 고속철에 장애인 좌석은 특실에만 단 2석뿐이다. 장애인 좌석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역 방향 좌석과 좁은 좌석 역시 더 많은 좌석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고속열차의 승차율은 평일 44∼65퍼센트, 주말 85∼87퍼센트로, 평균 64퍼센트밖에 안 된다.

고속열차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일반 기차 이용자들의 불편이 크게 늘었다.

고속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4월 1일부터 통일호 열차가 사라지고 새마을·무궁화호 운행이 크게 줄었다. 경부선에서 52편, 호남선 22편의 새마을·무궁화호가 줄고, 대신 고속열차가 47편과 17편씩 신설됐다.

이에 대한 불만이 들끓자 철도청은 4월 12일부터 일반열차를 추가 운행하고 요금을 10퍼센트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도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작년 12월 1일에 이미 일반열차의 요금이 10퍼센트 가까이 올랐고, 고속열차 운행을 시작하면서 평일의 열차 요금 할인제를 슬그머니 없애 버렸다. 게다가 통일호가 없어지면서 무궁화호 운행 시간이 통일호 수준이 되고, 새마을호가 무궁화호 수준이 된 상태여서, 결국 엄청난 요금 인상이 이뤄진 셈이다.

철도청은 기존 열차의 감축 운행 이유로 “기존선 선로 용량의 한계”를 내세웠다. 그러나 고속열차와 무관한 경춘선·경의선 등의 일반열차 운행도 대폭 축소됐다.

결국 수익성이 낮은 기존 노선을 폐지한 셈이다. 철도청장 김세호는 “이 기회에 철도 선진화와 전체적 효율성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 정책이나 시대 흐름상 맞다.”며 이를 인정했다.

철도청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철도 요금을 인상하고 기존 노선을 대폭 감축하며 무리하게 고속열차 중심의 운영을 고집하는 이유는 곧 공사로 전환할 철도청이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하고 고속철도 건설이 시작됐지만,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 18조 원에 이르자 정부는 비용의 35퍼센트인 6조 원 정도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새로 생길 철도공사에 떠넘겼다. 게다가 2010년까지 고속철도 건설이 계속되면 빚은 약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익을 위한 운영은 고속열차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철도청은 고속철도 개통과 관련해 필요한 인력이 2천6백76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9백77명을 외주로 하고 1천4백50명을 기존 철도 업무의 조정으로 땜질해 순증가 인력을 2백49명으로 제한했다.

외주 하의 불안정 노동과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증가는 자칫 커다란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많은 반대에 부딪힌 철도의 민영화 대신 공사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의 철도공사화 방침은 민영화와 마찬가지 효과를 내고 있고, 민영화로 가는 중간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작년 철도 파업 때 철도노조는 고속철도 건설부채 탕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했다. 결국 그 부채가 고스란히 철도 이용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철도의 공공성을 유지하겠다던 노무현의 배신으로 민중은 더욱 큰 부담과 위험을 떠안게 됐다.

강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