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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추악한 노동 탄압 실체가 드러나다

삼성이 ‘지역대책협의회’(이하 지대위)라는 기구를 운영하며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 사찰과 탄압을 자행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각종 비리를 저질러 왔음이 최근 밝혀졌다.

이 불법 기구에서 일하던 최모 인사차장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노동위원회 권영국 변호사와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폭로했고, 이것을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방영, 11월 19일 삼성일반노조가 삼성 회장 이건희와 관리자 아홉 명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2008년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자금을 통해 검찰을 회유하고 정치인에게 뇌물을 살포하고, 각종 국가 기관에 온갖 불법 로비를 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삼성의 노동 탄압과 노동자 감시·사찰에 대한 것이 폭로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최모 차장은 이전에 자신이 직접 앞장서서 탄압했던 삼성일반노조에 이 사실을 폭로했다.

‘문제 사원’

삼성일반노조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지대위는 노동자들을 블랙리스트화 해 노조를 만들려는 ‘MJ사원’(문제 사원)을 집중적으로 미행 감시, 납치, 감금, 도-감청을 자행했다. 이런 불법을 은폐하려고 삼성은 지역행정관청 노정계, 노동부 근로감독관, 언론사, 판검사, 경찰청 정보과, 국정원 직원에 대해 전방위적이고 지속적인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심지어 민주노총 일부 인사를 뇌물로 회유, 직접 도청하게 해 김성환 위원장을 잡았다고도 한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을 잡을 때 삼성 직원 내 경찰대 3기 출신들이 배후 조종을 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형사기동대가 김성환 위원장을 잡았다고 했는데, 형사 기동대는 원래 조폭들을 단속하고 잡는 자들인데 업무 소관을 넘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은 이들 경찰력이 자본과 얼마나 유착해 있는지도 잘 확인시켜 준다.

폭로자 최모 차장은 로비 대상자들과의 잦은 과음 때문에 심장병이 발생해 몇 차례 수술을 받았다. 최모 실장은 회사에 산재 인정을 요구했지만 삼성은 산재를 승인하면 자신들의 불법 로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토사구팽

최모 차장은 자신이 토사구팽 당하자 자신이 해 왔던 사실들을 폭로하겠다고 삼성을 협박했고, 자기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이것은 방대한 기업의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기구를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대가가 따르고, 무한정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기자 회견을 통해 드러난 핵심은 탄압의 선봉장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삼성 무노조 경영의 야만이 벗겨지는 것에 대해 자본이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그래서 최모 차장이 이 내용을 가지고 삼성과 거래한 것이다.) 최모 차장이 거론한 ‘삼성 내부적으로 불만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그래서 이 문제가 밝혀지면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무노조 경영의 야만적 실체가 드러나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등’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 자본은 10년이 넘도록 일관되게 삼성의 잘못을 폭로하고, 노조 건설을 시도한 김성환 위원장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삼성일반노조를 그토록 집요하게 괴롭히고, 심지어 김성환 위원장을 구속시킨 이유가 그것이다.

촛불시위 등으로 급진화된 정서를 공유한 젊은 노동자들 사이에,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불만을 폭발시킬 수많은 사회적 기폭제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삼성에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 줬던 반도체 노동자들이 독가스를 들이마시며 착취당했던 사실 등 인권탄압이 폭로된 상황에서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노동자 투쟁과 연결된다면 삼성의 무노조 경영뿐 아니라, 삼성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삼성과 자본의 힘에 무기력해진 한국 사회의 현실에 강력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