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철폐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한 달이 넘도록 현대차 울산공장 송전탑에 올라 투쟁 중인 두 농성자가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 오른 3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어제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마치 한 달 전 저희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먹튀’ 자본가 경영진이 쌍용차 구조조정을 기획하고 회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김정우 지부장은 노동자 23명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면서 “더 이상 희생자는 안 된다! 국정감사 실시하라!”는 소박한 요구를 하시며 41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다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다시 쌍용차 식구로 맞이하겠다던 노사합의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복직도 없었습니다. 정부와 자본이 모르쇠로 대응하는 사이 오히려 희생자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으면 세상의 관심사에서 뒷전이니까요.

저희도 여기에 오르면서 이렇게라도 우리가 정당하게 싸우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8년이란 시간은 너무 많이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한 명의 동지가 세상을 등지고 떠났고, 2명의 동지가 시너를 끼얹었고, 160명의 동지가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으며, 1천여 명의 동지가 권한도 없는 바지사장에게 징계를 당해야 했습니다. 국정감사도 세 차례나 받았고 보수적인 법원도 불법파견이라고 두 차례나 판결했음에도 현대차는 시정조처는커녕 조합비까지 압류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검찰에 기소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절박하고 답답한 심정으로 여기 올라올 때 세 명의 동지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겠습니까? 이제 여기 울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갑니다. 하지만 뼛속까지 시린 추위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동지들이 걱정할까 봐 시원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심정, 좁은 합판 위에 세 분이 앉아있지도 못하고 한 분은 서 있으면서 팔다리에 쥐가 나지만 괜찮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심정,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15만이 함께한다는 총파업 결의만 되면 힘이 날 텐데 하며 한숨 쉬는 심정. 그 누구보다 당사자인 저로서 동지들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희망버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고 철탑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평택과 울산을 잇는 투쟁의 전선이 되었습니다. 굴뚝에 올라야 했고 점거농성을 해야 했던 쌍용차 노동자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같을 것입니다. 정리해고 책임자, 불법파견 책임자를 처벌하고 해고자 원직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추위와 고통은 이후 우리가 쟁취할 승리의 그날의 기쁨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합시다. 철탑의 불씨는 현장에서 피어오르는 횃불로, 전국 곳곳에 투쟁의 목소리로 퍼져 기필코 정리해고, 불법파견 책임자를 법정에 세우도록 할 것입니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로 시작된 전국의 연대가 쌍용차와 현대차로 이어져 결국에는 자본과 정부의 항복을 받아 즉각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송전탑에 올라 있는 우리가 힘들다면, 아래서 농성장을 지키는 동지들 그리고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연대를 조직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지들이 더 힘들 것입니다. 더한 추위가 몰려오겠지만, 같이 하는 동지를 믿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동지들을 믿습니다. 자본이 우리의 투쟁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면, 우리는 그 몇 배의 투쟁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는 강하다! 반드시 승리한다! 이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동지들 힘냅시다! 그리고 노동악법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