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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BS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The last of capitalism)〉은 평범한 미국인들의 빈곤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를 보여 줬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 결국 아이들과 조그만 승용차 안에서 생활하며 일자리를 구하는 가족, 배고픈 아이에게 햄버거를 사 줄 돈이 없어 흐느끼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나는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미국이 10여 년 전인 2001년부터 지출한 ‘테러와의 전쟁’ 비용이 생각났다. ‘미국 내 무상 주택 8백만 채 건립 비용, 4천3백만 명의 대학 등록금, 전 세계 어린이 5억 3천만 명의 건강보험 비용이 전쟁 때문에 사라지지 않았다면, 경제 위기가 낳은 끔찍한 고통이 저만큼은 아니지 않았겠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경제 위기와 전쟁이 어떻게 고통지수를 높이는지에 관한 문제는 단지 2008년 이후 미국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경제 위기는 전쟁으로 이어지며 더 깊고 끔찍한 고통을 낳곤 했다.

실제로 자본주의가 1929년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2차세계대전이 필요했다. 21세기의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이 추락하는 경제적 위상을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비롯했다. 미국 지배자들은, 2001년 9·11 테러가 미국의 거대 기업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확립할 “기회의 창”이 될 거라 여겼다. 끔찍한 파괴와 살육을 낳는 전쟁이 기회로 여겨진 것이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경쟁하는 다수 자본”은 경쟁에서 이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것은 결코 평화롭지 않은 과정이다. 자본은 판매시장과 원자재 확보, 생산기지 장악, 투자협정 체결 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이윤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군사적 경쟁으로 이어지며 결국 전쟁을 낳는다.

그런데 이런 전쟁 유혹은 경제 위기 시대에 더 강력하다. 일찍이 마르크스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자본가들의 방식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마르크스는 가치 창조의 원천인 노동력보다 기계를 더 많이 늘리는 자본가들의 경쟁적 축적 때문에 이윤율 저하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것을 상쇄하는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의 가치 파괴다. 자본이 망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역동적 축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 파괴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마르크스주의자 헨리크 그로스만은 제국주의 팽창과 연관 속에서 전쟁이 자본 파괴를 통해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를 늦추는 효과를 낸다고 잘 지적했다.

세계경제 위기가 깊어질수록 “세계시장에서 경쟁자를 배제하고 가치의 이전[이윤]을 독차지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국가는 국내 독점체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수단들을 더욱 경쟁적으로 활용한다. 수입 관세 부과, 통화 가치 하락 등의 무역 장벽 강화 등이 그로스만이 든 사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군비 지출을 통해 “경제적 경쟁을 폭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그로스만은 이런 경향이 모든 제국주의 국가에 해당되지만, 특히 자본주의 위기 때문에 열강 사이의 지위가 바뀔 때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지위가 이전보다 낮아졌거나, 빠른 공업 발전을 이뤘지만 기존의 열강에 견줘 지위가 취약한 나라들이 먼저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1백 년 전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잘 들어맞는다. 이미 21세기 들어 석유와 패권을 위한 큰 전쟁이 두 차례나 있었다(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근래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전쟁·무역분쟁은 격화되는 동아시아의 영유권 분쟁과 뿌리가 같다.   

따라서 자본 경쟁의 뿌리를 뽑아야만 전쟁의 고통이 가져올 끔찍한 미래를 막을 수 있다. 더 효과적으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낭비하는 인간 에너지를 해방시키려면 자본주의에서 해방돼야만 한다. 군사적 경쟁에 퍼붓는 막대한 에너지를, 의식주뿐 아니라 협력적이고 즐거운 생산활동들과 교육·여행·예술에 쏟도록 할 책무가 우리의 어깨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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