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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가난한 이주민에 대한 무전유죄 재판입니다”

이 글은 티베트 출신 이주민 민수 동지(사진)가 12월 26일로 예정된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작성한 탄원서를 요약한 것이다.

저는 지난 2008년부터 명동성당 앞에서 티베트 음식점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곳은 세 아이와 장애인 장모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저희 가족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2011년 4월 25일, 한 달의 시간을 줄 테니 가게를 비우고 나가라는 통고를 받았습니다.

당장에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임신 중인 아내는 제대로 쉬지도 못했고, 저 역시 여기저기 돈을 빌리면서 안간힘을 짜내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현실이 저를 가로막고 있었기에, 저는 조심스럽게 탈출구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티베트 출신 이주민 민수 동지 ⓒ이근혜

2011년 9월 9일 새벽 용역 수백 명이 몰려왔다는 소식에, 입원해 있던 아내는 환자복을 입은 채 달려왔고 저도 잠자다 말고 달려갔습니다. 이미 크레인이 포크레인을 건물 위에 올린 상태였습니다. 저는 방송차(음향차)를 가지고 그곳에 왔는데 당시에는 브레이크가 고장났는지 몰랐습니다. 브레이크가 밀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다행히 용역들 바로 앞에 섰습니다.

그러자 용역들 십여 명이 음향차에 달려들어 앞유리를 부수고 운전석 옆에 있던 아내도 밀어 넘어뜨렸습니다. 저는 용역들의 손에 음향차 밖으로 내동댕이 쳐졌습니다. 옆에서 그걸 본 남대문 경찰서 류진수 형사가 112에 신고해 줄테니까 가서 고소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명동파출소에서 고소장을 쓰고 있을 때 용역 2명이 파출소에 왔습니다. 다리를 쩔뚝거리면서, ‘차에 치였다’며 저를 고소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파출소에 있던 경찰이 못 나가게 문을 막으면서 저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맞아서 고소하러 왔는데 왜 제가 현행범이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풀려나고 저는 체포됐습니다. 검찰 측에서 증거자료라며 저한테 당시의 영상을 보여 줬습니다. 그런데 영상에는 제가 차 끌고 간 것만 있고, 차가 부서지고 제가 맞은 것, 아내가 구급차에 실려간 장면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똑같은 각도에서 찍힌 CCTV 영상이 어떻게 제가 차 끌고 간 부분만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제가 외국인이니까 이 모든 일들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남대문 경찰서 관계자들은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아내가 류진수 형사에게 알아 보니, 그들은 신고 안 된 용역이라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법을 어겨도 눈감고, 누군가는 맞고 당해도 법을 어겼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느껴집니다.

저는 왜 제가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귀화를 준비했는데 재판 때문에 그것마저도 지금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벌금이 1만 원만 나와도 귀화가 근 십 년 동안 안 된다고 합니다. 서민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법이 올바르게 서 있는지, 저는 한국사회에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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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이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