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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
“분노가 새로운 힘이 되게 하라”

2010년에 타계한 하워드 진은 뛰어난 역사가이자 저명한 저술가였고, 분노와 희망을 잃지 않는 투사이기도 했다. 한국 대선에 즈음해 나온 그의 저서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는 전쟁과 빈곤, 자본주의가 낳는 온갖 억압과 파괴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노(老) 투사의 초상을 생생히 보여 준다.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하워드 진 지음, 김민웅 옮김, 일상이상, 1만 6천 원, 3백20쪽

하워드 진이 미국의 진보 잡지 〈프로그레시브〉에 기고한 글을 묶은 이 책의 원제는 《역사에서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The Historic Unfulfilled Promise)》이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광풍, 두 차례의 이라크 전쟁, 코소보 내전, 9·11, 21세기의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의 한가운데서 그가 풀어낸 주장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다.

미국 지배자들과 세계 자본주의가 저지르는 만행을 날카롭고 풍부하게 폭로하면서도 그의 글이 절망적이지 않은 것은 낙관 때문이다. 하워드 진은 뉴딜과 노예제 철폐 운동의 역사에 대해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당신은 현실과 동떨어져서 여전히 꿈꾸고 있군.’ 그렇다. 우리는 꿈꾸는 이들이다. 우리는 평화로운 세계를 원하며 평등한 사회를 바란다. 전쟁에 반대하며,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품격 있는 사회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꿈을 굳게 붙들고 나갈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현실 자체에 매몰돼 아예 꿈도 꾸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그는 대책 없는 몽상가가 아니었다. 복지, 민주주의, 예술, 대통령 탄핵, 선거,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급진화 시켰고 그가 한평생 진지하게 참여했던 전쟁 반대 문제 등에서 풍부한 사례들을 들며 날카롭게 논지를 전개한다.

짧은 글에서 당대의 쟁점과 역사적 논의를 쉽게 전달하는 하워드 진의 글은 탁월하다. 그가 부시 재선 즈음에 쓴 ‘분노가 힘이 되게 하라’는, 박근혜 당선을 맞은 우리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하다.

부시 재선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새로운 힘으로 변모시켜 활용해야 한다. 이 분노와 낙담, 불만과 좌절 안에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거대하게 잠재하고 있다.

“역사의 진보가 이뤄지고, 부당한 질서가 무너진 것은 … 정치인들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행동했을 때 가능했다.

“비민주적인 선거의 한계에 더는 갇히지 않고, 그동안 선거기간이라고 제대로 하지 못한 일들을 모든 힘을 기울여 펼칠 수 있다. … 부를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위해 쓰지 않고 전쟁으로 낭비하는 현실에 지쳐 있는 이 나라를 대대적으로 바꿀 변화가 올 것이다. …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의료보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최저임금과 일자리를 제도화하는 것은 물론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고 지상의 나머지 인류와 공감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그의 명쾌한 전망은 역경에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투쟁을 건설하는 투사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어느 광고 카피처럼, 무엇을 기대하든 하워드 진은 더 많은 교훈을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주류 정치가 수십 년 동안 보였던 위선과 정신 나간 행태에 대한 매서운 폭로, 지난 30여 년 동안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명쾌한 촌평, 굴곡진 세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투쟁을 외친 투사의 기개까지. 모든 면에서 이 책은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서가에 꼭 있어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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