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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평가와 전망:
박근혜 시대에도 지속될 현대차 비정규직의 저항

박근혜가 당선한 직후(12월 21일)에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네 시간 대체인력 저지 투쟁을 벌이며, 정몽구 일당의 신규채용 꼼수와 폭력에 맞서 투쟁했다.

사측은 관리자와 용역을 동원해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을 납치하고 폭력을 휘둘렀지만, 조합원들이 집중한 1공장과 2공장의 라인을 부분적으로 멈추며 투지를 보여 줬다.

그럼에도 현대차 사측은 신규채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사측은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의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요구를 무시하며, 신규채용 인원은 5백 명 늘리고 시행시기는 2016년까지 연장하겠다는 “2차 쓰레기안”을 내놨다.

12월 14일, 사측은 그동안 추진하지 못하던 신규채용을 공고했다. 그리고 최근 3천27명이 신규채용에 응했다고 발표했다.(사측 소식지 〈함께가는 길〉)

비정규직지회 소식지를 보면, 사측은 “신규채용 원서를 받으면서 업체권리 포기 각서, 소송 포기 각서, 조합 탈퇴서 따위를 같이 받고 있다”(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쟁대위 소식지). 불법파견 소지를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신규채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저항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사측은 용역을 동원한 폭력적 탄압도 강화했다. 12월 14일엔 비정규직지회 파업을 짓밟아 30여 명이 치료를 받았고, 12월 21일에도 용역을 동원해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종합해 보면, 사실상 여론의 눈치를 보며 웅크리고 있던 사측이 12월 13일부터 공세로 전환한 셈이다.

무엇보다 사측은 ‘1퍼센트’의 대변인 박근혜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4월 총선 직후 내놓은 첫 번째 입법안은 “정몽구보호법”이라고 비판받은 ‘사내하도급법’이기도 하다.

한편, 대체인력 저지 투쟁은 생산에 타격을 입히며 효과적으로 투지를 보여 줬지만, 11월 29일(2시간), 12월 5일(2시간), 12월 14일(4시간) 등 일주일 간격으로 벌어지면서 더 강력한 압박을 형성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초기 파업이 성공했을 때 조합원들의 참가율과 자신감이 매우 높았는데,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더 집중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였으면 좀더 유리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당시 정규직 활동가와 대의원 들의 지지·연대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정규직·비정규직이 단결해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실천에서 보여 준 것이다.

박근혜 당선 이후 정몽구가 더 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우리가 더 크게 단결하면 맞설 수 있다. ⓒ이윤선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 연대한 1공장 정규직 사업부위원회는 정규직지부 지도부의 빈틈 많은 대체인력 저지 방침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투쟁이 더 강력히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실리파’ 정규직 ‘현장 조직’이 빈틈을 파고 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내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비현실적인 요구와 투쟁에 휘둘리지 말고 빨리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현장 조직’ 소속 대의원들은 연대에 소극적이거나, 혹은 “중재”를 자처하며 비정규직 투쟁을 억누르는 구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비정규직 투쟁이 승리할 때, 다가올 주간연속2대제 시행을 둘러싼 투쟁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게 옳다.

전망과 대안

정몽구 일당은 박근혜 당선으로 한숨 돌리며 공세를 강화하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지는 못한다.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대기업의 경기가 좋아지면 … 그 효과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퍼져 간다는 이른바 ‘낙수(落水)효과’는 현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최대 순이익을 갱신하고 있는 정몽구는 ‘법을 지키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을 꼼수와 억압으로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 높았다.

현대차에는 커다란 힘과 잠재력을 가진 잘 조직된 노조가 있고, 굴곡은 있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지난 10여 년간 때로 전국을 흔들며 조직과 의식을 발전시켜 왔다.

대선 결과가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기에,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쉽게 사그라들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정몽구 측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실현 가능한 요구가 필요하다며 부적절한 타협을 부추기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현대차에서 일하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현대차를 넘어 전국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단결할 수 있는 요구를 분명히 하면서, 연대와 지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다시 투쟁의 기운을 북돋는 데서 금속노조의 구실도 중요하다.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1월 파업을 결정했다. 민주노조 운동의 핵심 부대인 금속노조가, 특히 현대차지부가 1월에 성공적인 투쟁을 건설하려고 노력한다면, 많은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런 전통을 지속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쟁의 기운을 북돋는 데서 근본적 변혁을 추구하는 조직도 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작업장에 발을 딛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국적 정치 상황 속에서 투쟁을 조망하고 전망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으로 투쟁을 조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