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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흔들리는 제국주의의 위신

제국주의 열강, 특히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아랍의 독재 정부들을 후원해 왔다. 중동의 석유가 남미나 과거 미국 본토의 석유보다 훨씬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부를 세워 관리·통제해 왔다.

그동안 미국은 이집트 군부에 해마다 13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를 지원해 왔다. 또 ‘아랍의 봄’ 당시 바레인과 예멘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자신의 ‘똘마니’들을 지키려고 반혁명을 지지했고, 필요하면 다른 친미국가에서 군대를 보내 시위를 탄압했다. 시리아 혁명 초기에는 독재자 아사드를 “개혁군주”라며 옹호하기도 했다.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랍 혁명으로 중동의 핵심 군사 동맹인 이집트 무바라크 정부를 잃었다. 또 지금도 요르단, 쿠웨이트 등의 친미국가를 잃을 수 있다는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동 친미왕정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은, 12월 초에 주변국에게 “‘아랍의 봄’의 영감을 받은 반정부 시위에 무관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대놓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지난 11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 실패는 아랍 지역에서 제국주의의 추락한 위신을 톡톡히 보여 줬다. 이집트는 이전처럼 이스라엘에 협력하기는커녕, 일시적으로 가자지구 봉쇄를 풀고 이스라엘에 굴욕적 휴전을 종용했다. 아래로부터 압력에 떠밀린 이집트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편드는 것이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것보다 더 ‘남는 장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 학살 전과가 있는 요르단 왕정은, 자신의 지배를 뒤흔드는 국내 반정부 시위가 더 커질까 봐 ‘이스라엘 좀 말려보라’고 힐러리에게 애원했다. 이스라엘의 주요 군사동맹국 터키마저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라고 비난했다. 경비견 이스라엘의 주인 미국은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고, 결국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계획을 접고 휴전할 수밖에 없었다.

팔레스타인

동시에 아랍 혁명은 반제국주의를 자처한 독재자들의 가면도 벗겼는데, 시리아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스라엘과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다며 중화기로 무장해 온 시리아 군대는 지난 21개월 동안 자국민 4만 명을 학살했다.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혁명을 지지하자 전투기로 난민촌을 폭격했다.

한편, 서방은 끈질기게 혁명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고 든다. “학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리비아 혁명에 미사일을 퍼부으며 개입했고, 그 결과 서방의 앞잡이와 이에 타협한 자들이 현재의 리비아 정부를 구성했다. 정부가 나머지 혁명 세력한테 무기를 회수하려고 시도하면서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비슷한 노림수를 뒀으나 앞잡이를 자처한 시리아국가위원회(SNC)의 무능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이미 시리아 전세가 혁명군에게 기운 지금도, 미국은 혁명세력 일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해 분열시키려 했다.

아랍 혁명의 진정한 승리를 바라는 모든 사람은 아랍인 스스로 혁명을 완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서방의 개입을 한사코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