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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인권의 사각지대

가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1월 30일치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경찰청 182 가출신고 센터에 접수된 청소년들의 가출신고 건수는 1998년 1만 5천3백16명에서 2000년에 1만 8천9백64명으로 증가했다. 가출한 청소년들은 낮에는 가리봉동의 ‘쪽방’에서 밤에는 동대문 등의 유흥가를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가출 청소년들의 삶을 다룬〈눈물〉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버림받거나 스스로 학교를 떠나 자신들만의 ‘해방구’를 찾는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했던 학교 밖의 ‘해방구’는 진정한 해방구가 아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서 주유소나 유흥업소,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미성년자라는 이유 때문에 돈을 떼이는 경우도 있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매매춘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여성 매춘사범 8천33명 중 절반 정도가 10대이며 이 가운데 21퍼센트가 16살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경찰은 이런 청소년들을 ‘일탈’ 혹은 ‘비행’ 청소년이라며 처벌을 하거나 학교로 돌려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은 청소년 보호법을 만들어 청소년들을 통제하려 한다. 왜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가려 하는지는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처벌만 하거나 학교로 돌려보낸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탈’하는 청소년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청소년 쉼터 박영애 교사에 따르면 “이들을 강제로 학교와 가정에 복귀시키더라도 처음 가출할 때의 이유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재가출률은 50% 이상”이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공부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튀고 싶다.(66%) 학교가는 것이 즐겁지 않다.(40%) 억지로 공부하는 편이다.(50%)’ 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전체의 절반 정도 된다. 적어도 절반 정도는 마지못해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학생이란 돈 내면서 학교 청소해 주고 온갖 노역에 동원되고 응원 등 행사에 강요되고 학교들의 검은 돈을 주고받는 수단이 되고 돈 내면서 선생한테 맞아 주고 새벽에 가서 밤 11시까지 잡혀있고 차가운 시멘트에 울려 퍼지는 공포의 체벌 소리에 하루 하루를 두려워하며 죽은 듯이 살아가는 불쌍한 자, 그리고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온갖 욕설과 모욕적인 말에 짓밟혀 사는 존재”이다. 한 학생은 천리안 게시판에서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토로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인권’을 말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인권을 침해당하는 공간이다.

첫 번째는 체벌이다.

몇해 전 한 학생이 체벌 교사를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 체벌에 대해서 뜨거운 논쟁이 이루어졌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체벌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체벌은 아직도 이루어진다. 체벌은 일종의 일상적인 학교에서의 “생활”이다. ‘사랑의 매’라고 하지만 학생을 때린다는 것은 학생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이다. 체벌은 학교의 요구대로 입시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입시형 인간’과 학교와 교사의 명령에 복종하는 ‘순종적인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여겨진다.

두 번째는 ‘생활 지도’라는 이름의 복장 규제와 두발 검사, 소지품 검사다.

‘생활 지도’는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구성원 상호간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규범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규범에 복장과 머리 모양이 왜 포함되는지 학생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인제대 조석훈 교수가 부산·경남 지역 중·고생 426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두발제한(89%), 복장규제(69%)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매일 아침 교문에서는 교실로 곧바로 가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벌을 서거나 맞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정해준 것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벌을 서거나 매를 맞는다. 학생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단속하고 간섭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까만 스타킹에 하얀 양말을 신어야 되거든요. 애들이 우린 ‘컴퓨터용 수성 싸인펜’이라고 그래요.”, “왜 그렇게 애들 취급하면서 양말 색깔이랑 길이까지 정해 주는 건지 모르겠어요.”라며 불만을 이야기한다.

복장 규제보다 학생들이 더 큰 불만을 가지는 것은 두발 검사이다. 작년에는 “내 머리를 건드리지 마라.”고 하며 두발 제한에 반대하는 중·고등학생들의 운동이 있었다. 이 운동은 학생들의 불만의 크기를 말하듯이 학생들 사이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짤려 봐서 아는데요, 진짜 기분 더러워요. 선생님들 머리도 한번 잘라 버리고 싶을 정도로 … ”

“마치 도축할 때 털 깎이는 짐승처럼 선생한테 머릴 숙이고 자기 머리카락이 땅으로 쉭쉭 떨어질 때의 그 굴욕감 …

“분명 정당치 못하게 머릴 짤리는 건데 폭력과 징계가 무서워 한 마디도 대꾸 못하는 이 패배감 … 말로만 민주화니 세계화니 어쩌니 하지 말고 이런 인권 기본사항이나 제대로 지켜졌음 좋겠다.

“두발 제한은 인권침해, 헌법위반, 타당성 제로,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어거지 악법이다.”고 말한다. 헌법에도 보장된 신체의 자유는 사회탐구 문제에서는 ‘정답’이지만 현실에서는 깡그리 무시한다.

소지품 검사도 마찬가지다. 소지품 검사는 학생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면서 이루어지는 학교 안 불심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이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는지 설명도 하지 않는다. “무조건 안된다.”, “나쁘다.”, “교칙에 나왔다.”고 하며 불시에 소지품을 검사하고 압수하기도 한다. 물론 교칙에 나오지도 않는다. 소지품 검사에 대해서 학생들은 “우리 알몸을 드러내는 기분이에요.”라고 하며 인격적 모멸감을 표현한다.

또, 학생들을 열받게 하는 것은 폭언이다. 성적이 나쁘거나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반평균이나 깎아 먹는 놈”, “돌대가리”, “멍청한 자식들”, “쓰레기 같은 놈/년’등 너무나 모욕적으로 말한다.

위와 같은 일들엔 성적으로 인한 차별이 뒤따른다. 같은 행동을 했지만 성적이 좋은 사람들은 눈 감아 주기도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또 너냐?“라며 차별을 받는다. 많은 학생들은 매를 맞거나 복장·두발 검사나 욕을 먹는 일들로 속상해 하지만 성적으로 인한 차별에 더욱 민감하다. 많은 학생들이 성적에 따른 차별을 학교 내에서 행해지는 가장 큰 인권침해로 꼽는다.

왜 그럴까?

이 책은 반인권적 일로 학생들과 학교 사이의 충돌이 거세지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학생들이 자신의 인권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학교의 비민주성은 학교가 지금의 경제체제(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지식과 순종적인 태도를 길러 내고자 하는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작동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고등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인권침해를 풍부한 인터뷰를 통해서 폭로하고 있다. 이제 갓 졸업하는 새내기들과 함께 읽고 토론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