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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 국제 정세 전망과 과제:
“노동계급의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투쟁이 필요하다”

1월 19~20일 이틀 동안 2013년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가 열렸다. 2013년의 정세를 전망하며 사회주의자들의 한 해 과제를 토론하고 제시한 이 행사를 〈레프트21〉이 취재했다.

차승일은 2013년 국제 전망을 “세계경제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강대국 간의 쟁투 격화와 기층 민중의 저항이 주요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요약했다.

국제적으로 정치 양극화가 심해져 “유럽에서는 나치가 세를 얻는 반대편에서 멜랑숑 등 좌파 개혁주의 정당이 지지를 늘려 왔다”고 지적했다.

“지배계급들이 이전보다 더 강경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강성 우파 정권이 등장한 것이나 이집트에서 무르시 정부가 헌법을 개정하며 혁명에 제동을 걸려 한 것, 프랑스 정부가 말리에 대한 폭격과 군사 개입을 시작한 것, 프랑스 우파 지배자들과 나치들이 연합해 대규모 동성애 결혼 합법화 반대 시위를 연 것들이 대표적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집트 혁명은 군부와 기존 지배계급에 도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전망했다. “무르시 정부가 자꾸 이들과 타협하면서 대중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다행히 노동자들이 다시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므로 무슬림형제단 정부에 대한 불만을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 구도로 왜곡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저항에 앞장서는 노조 지도자들 중에는 이슬람주의 지지자들도 섞여 있다. 이들과 함께 행동하며 사회주의 대안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 차원에서 지배자들의 강경 태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국가간 갈등이 격화되고 저항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이 두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편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해야 한다. 이슬람 혐오에 적극 대처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김하영은 동아시아 긴장과 갈등에 관해 발표하며 중국과 일본, 남북한에서 모두 냉전시대 지도자들의 아들딸들이 통치자로 등장한 것은 “이 지역에서 커져 온 제국주의 질서의 불안정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일본의 새 총리 아베 신조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조속하게 기정사실화하려는데, 이것이 뜻하는 바는 대만이나 댜오위다오(센카쿠),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충돌을 벌였을 때 일본이 자위대를 파견하겠다는 것”으로 중국을 크게 자극하는 것이다.

김하영은 이런 불안정이 “일부 호전적 지배자들이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이 아니라 바로 자본주의 동역학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의 역동적 발전 과정이 국가간 상대적 경제력 변동을 일으키고 있고, 그것이 국가간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럴 때는 국제 질서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국가와 이전의 지위를 지키려고 하는 국가 사이에 힘의 경쟁이 벌어지는데, 이것이 동아시아 불안정의 진정한 배경이다.

“지금 경제 위기 상황이 경제적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고, 이것이 지정학적 경쟁으로 연결돼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자본주의 동역학

“그러므로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이 매우 중요하다. [분석이 어떠하냐에 따라] 이런 불안정과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떠한 투쟁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공격해야 하는가 등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자본주의의 구조 변화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의 패권이 관철되는 기존 제국주의 질서에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같은 잠재적 도전자를 막아야 하는 미국 지배자들은 지금 아시아에서 미군기지를 늘리고 있고, 아시아의 친미 국가들의 무장력을 증대시키면서 중국 포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청일전쟁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게 밀렸다”고 분개하며 강경 대응을 준비하는 일본 지배자들의 움직임도 이런 미국의 전략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김하영은 또 박근혜 대외 정책의 모순도 지적했다. “한미관계를 포괄적인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려 하면서 중국도 달래려는 것은 모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일 군사 협력을 이명박에 이어 추진하려다간 국내에서 큰 반대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하영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제국주의 갈등에서 어느 한 편을 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아래로부터 반제국주의 항의 행동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한 과제”라고 전망했다.

토론에서 김영익은 동아시아의 중일 갈등에 관해 주장했다.

“지난 20년간 중국과 일본 사이에도 국제적 위상과 세력관계의 역전이 이뤄졌다. 일본의 영향권이던 동남아시아에서도 일본 영향력이 줄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갈등으로] 지금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오키나와가 최전선이 되고 있는데, 일본 오키나와에서 반미 시위가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중국 곳곳에서도 지배자들에 맞선 저항이 거세다. 중국 지배자들은 이 때문에 분열 조짐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저항 운동들이 중요하다.”

이현주는 “아베의 고노 담화 폐기 시도에 오바마가 자제를 요구한 것을 오해하면 안 된다. 오바마는 단지 일본의 이런 제스쳐가 자신들이 추동하는 한일 군사 협력에 해가 될까 봐 그러는 것일 뿐이다. 대북 제재 문제에서도 양비론에 빠지지 않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전략적 관점

정선영은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 관해 발언했다.

“트로츠키는 1930년대 위기 때 프랑스 지배자들이 인플레로 대처할 것이냐, 디플레로 대처할 것이냐의 문제로 분열을 했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물론 양상은 달라도 둘 다 노동계급에 고통을 전가한다는 목표에선 똑같다. 오늘날 지배자들도 이런 분열이 있다. [그런데] 개혁주의는 이런 갈등에 일관된 대안을 못 내놓고 있다. 프랑스 올랑드도 그 사례다. 혁명가들의 독자적 분석과 대안이 중요하다.”

김종환은 아랍 혁명에 대해 발언했다.

“이집트는 여전히 혁명이 진행중이다. 여전히 민주주의적 요구와 생활상의 요구들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의 말리 공격이 그 지역의 자원,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지만 아랍 혁명을 외곽에서 압박하는 목적도 있다.”

허태수는 “이슬람 혐오증은 한국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이 한국인들을 납치했을 때, 한국 반전운동은 이들에 대한 태도 문제를 놓고 분열한 경험이 있다.” 또 “’테러와의 전쟁’이 재부상했지만, 2000년 초반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때보다 경제 위기가 더 심각하고, 국제적으로도 중동 등에서 계급투쟁 수위가 더 높다. 게다가 그새 중국이 부상했다.”

최일붕은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를 전략적 관점에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전략적 관점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중요도 순서로 보면, 세계 자본주의 위기, 아랍 혁명, 유로존 반긴축 노동자 투쟁, 동아시아 열강의 쟁투, 이 네 가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국제 자본주의는 세계체제이고, 노동계급은 세계사적 계급이다. 그뿐 아니라 지금의 제국주의 갈등이 자본주의 위기에서 나오고 있다. 당연히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 투쟁이 필요한데, 이는 노동계급의 투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의 공동전선을 통한 투쟁 건설을 올해 과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