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룡천 폭발 사고가 보여 주는 것

지난 4월 22일 평안북도 룡천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처참한 사고로 지금까지 161명이 목숨을 잃고 1천3백여 명이 크게 다쳤고, 1만여 명이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됐다. 가슴 아프게도, 사망자와 부상자의 상당수가 어린 아이들이었다.

이 사고는 질산암모늄과 석유를 실은 열차가 전기선 접촉으로 폭발해 일어났다. 북한 정부는 4월 24일, 이틀 만에 처음으로 룡천역 사고 소식을 북한 내에 보도하면서 원인에 대해서는 “부주의”로 인한 것이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부주의”의 근원은 철도 체계의 열악함이었을 수 있다. 북한의 철도는 전체 철도망의 98퍼센트가 단선 구간인 데다 수신호에 의존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낙후성이 사고의 피해도 증폭시켰다. 철근 없는 벽돌집들은 폭발 후 폭풍으로 힘없이 무너져 내리거나 날아가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혔다.

룡천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소식에 따르면, 신의주 병원 등에 입원해 있는 부상자들의 상황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입원 환자의 60퍼센트에 이르는 소학교 학생들은 환자복도 입지 못한 채 비위생적인 비좁은 침대에 두 명씩 끼어 누워 있거나 그마저 부족해 서류 캐비닛 위에 누워 있다. 화상 환자들은 초기 치료를 거의 받지 못해 얼굴이 검게 그을린 상태로 기껏해야 안대를 하고 있을 뿐이다.

고통도 심하고 2차 감염이 염려되는 화상 환자들이 넘쳐나는 병원에는 항생제도, 스테로이드도, 진통제도 없고, 소독 장비도 갖춰 있지 않다. 난방도 안 되고, 수돗물도 부족하고, 의료 장비들은 작동하지 않는다.

룡천 참사는 북한 경제의 낙후함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10여 년의 경제 위기를 겪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북한의 의료 체계 탓에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나흘이 지나서야 그것도 미미한 구호 지원만을 약속했다. 또, 룡천 사고에 대처하는 북한 정부의 태도를 개방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고통에 찬 어린 환자들을 앞에 두고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남한측 구호품의 육로 이동과 의료선·의료진을 거부한 북한 정부도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한국 정부를 비롯한 여러 나라 정부들은 다른 무엇을 저울질하기 전에 치료와 복구를 위해 더 많은 식료품과 더 많은 의약품을 지금 당장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