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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이용객이 보내 온 편지:
“내 주머니는 홀쭉해질 때 사장들은 살찔 것”

나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부산 출신 학생이다. 그래서 집에 오갈 때마다 기차를 탄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수서발 KTX를 민영화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 전 내가 이 얘기를 꺼내자, 어머니는 대뜸 이렇게 물어보셨다. “그럼 민간 기업이 코레일하고 가격 경쟁을 하게 되나?” 정부가 KTX 민영화로 요금이 낮아질 거라고 홍보해 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물음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KTX 탈 돈이 없어서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타고 집에 가곤 하는 내겐 좋을 것이 없다. 오히려 앞으론 더 비싼 돈을 내야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KTX 민영화 때문에 앞으로 비교적 값이 싼 새마을호, 무궁화호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레일은 KTX에서 나는 수익으로,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에서 나는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KTX는 2010년에 약 30퍼센트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알짜배기’다. 그런데 이런 ‘알짜배기’ 노선을 사기업에 떼주면 어떻게 될까?

코레일은 재정 부담을 줄이려고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새마을호는 2015년에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KTX를 타야만 한다. 벌써 그 요금이 걱정이다.

게다가 KTX 요금 그 자체도 낮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 정부는 수서발 부산행 KTX의 요금이 15퍼센트가량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평균 18.8퍼센트 정도 할인하던 혜택을 없애버리면 요금 인하가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된다.

코레일의 청소년 할인카드가 얼마 전에 폐지됐는데, 그전까지 나는 KTX는 최대 30퍼센트, 무궁화호는 최대 15퍼센트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수서발 KTX 민영화가 경쟁 도입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역보다 수서역이 더 가깝기 때문에, 나는 수서발 KTX가 개통하면 이 열차를 타지 서울역발을 타진 않을 것이다. 코레일과 사기업의 서비스 질을 비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민영화가 되면, 그 기업은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열차 보수나 직원을 늘리는 데는 돈을 더 안 쓸 것 아닌가.

결국 KTX 민영화가 이뤄지면 그려질 그림은 이렇다. 나는 지금도 일찌감치 표를 예매하지 않으면 타기가 쉽지 않은 무궁화호를 이용하는 게 더 어려워져 애를 태울 것이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혜택이 줄어든 값비싼 KTX를 타야 할 것이다. 그나마도 영국처럼 언제 요금이 대폭 오를지 모른다.

이렇게 내 주머니가 홀쭉해질 동안, 철도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화에 직면할 것이다.

KTX 민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몇몇 기업 사장과 정치인들만 살찌울 것이다. 내가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