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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를 보고:
이주민 자녀에 대한 따뜻한 시선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영광’이 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의 아역배우를 뽑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이주민과 그 자녀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PD들은 영광이를 적당히 화젯거리를 낳은 후 탈락하는 ‘버리는 카드’로 사용하려고 한다. 정부가 ‘다문화 정책’을 표방하고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이자스민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배정했지만, 얼마 전 발표한 ‘제2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서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으로 이주민들의 국적 취득을 더욱 어렵게 하고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강화한 것을 연상케 한다.

영광이는 타고난 재능과 순수한 열정으로 피나는 연습을 한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다른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무용 교습소 등을 다녔지만 영광이는 돈이 없어서 뮤지컬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차별에 시달린다. 영광이에게 오디션 도전은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그래서 와이어 연기 연습으로 엉덩이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도 연습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영광이가 마침내 결승까지 진출하자 뮤지컬 제작자는 ‘피부색이 다른 영광이가 조선의 왕 역할을 맡는 것은 좀 그렇다. 게다가 국가에서 한국 대표 문화 상품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라며 압력을 넣어 결승 진출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영광이의 어머니가 영광이와 함께 필리핀으로 재귀화하려 하자 영광이를 도와주던 조연출 PD는 관계자들을 찾아가 상황을 이해하도록 설득하겠다며 말린다. 그러자 영광이의 어머니가 “우리가 왜 이해돼야 하느냐”고 되물으며 분노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한국인 남편이 도망쳐 의류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홀로 영광이를 키우는 영광이 어머니는 희망을 갖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제도적 차별과 냉대로 고통받는 이주민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이주노동자들의 제한된 작업장 이동 권리마저 박탈했다. 영화 속에서는 경찰이 영광이를 우호적으로 대하지만 지난해 10월에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몽골 청소년이 시비에 휘말린 친구들의 싸움을 말리다 경찰에 연행돼 미등록 신분이 드러나자 단 3일 만에 추방당한 사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결혼이민자에 대한 지원의 편중”을 문제 삼으며 겉치레에 불과했던 ‘다문화’ 구호조차 내팽개치고 ‘대한민국 공동가치 존중’, ‘질서와 안전’을 내세웠다. 이런 시점에서 이주민과 그 자녀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는 이 영화가 무척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