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아무런 이유 없이 몸뚱이가 처진 고깃덩어리처럼 기운이 없고 정신 상태마저 무기력한 상태가 이어졌다.

안 그래도 힘겨운 삶에 벌써 죽을 때가 되었나 싶었는데 점심을 먹고 속이 메스꺼워서 밖에 나가 토악질을 하고 들어오니 “어제 삼성에서 불산이 새어나왔다”더라.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지난해 불산이 휩쓸고 간 구미는 향후 적어도 3년간 농작물을 가꿀 수 없게 됐다.

소나무가 단풍나무로 변했으며 콩잎은 화석잎으로 변했다.

독성에 강하다는 대추에서도 1차 조사 한 달 후 2차 조사를 했을 때 오염도가 더욱 심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 주는 것이다.

불과 3주 전 나는 내 소속 노조 카페에 노동안전보건환경(일과 건강) 센터의 〈구미 불산 사고 조사 보고서〉를 올리면서 1987년의 송면이와 1980~90년대의 원진레이온 희생자들 그리고 한국타이어 등의 수많은 희생자들을 떠올렸다. 또, 2010년의 수원역 KCC공장 해체 공사 때 석면이 안전하게 해체되지 못해서 반경 2킬로미터 안을 오가던 수많은 사람들의 호흡기로 빨려 들어가서 서서히 폐를 뚫어내고 있을, 그래서 25년 후에는 폐암으로 죽어갈 우리, 그리고 어린 학생들을 떠올렸다.

보고서를 올리면서 나는 경기남부권역 전자공장 어디에서 독가스가 뿜어져 나올지, 냉동창고가 밀집한 용인광주권이나 염색 공장이 수두룩한 안산시흥권, 금속 공장이 가득한 화성발안권에서 어떤 물질들이 우리의 생명과 환경을 잔인하게 파괴할지를 누구도 알 수 없으며 노동조합운동은 이런 문제를 일상적으로 대비해야 함을 지적했다.

무방비

수십 명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또 다른 죽음을 잉태한 채 오직 이윤만을 위한 악령의 점액질을 내뿜고 있는 전자산업, 삼성반도체는 내가 일하는 곳에서 불과 직선으로 5백 미터 정도 거리에 있다.

나는 출퇴근 때마다 삼성공장 옆 길을 지나다닌다.

온종일 타워크레인에 앉아 있으면 오후 무렵부터 속이 울렁거린다.

처음에는 “내가 멀미를 하나?” 하고 착각했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365일 쉬지 않고 토해내는 삼성기흥공장과 삼성화성공장의 ‘수증기’라 말하는 ‘독가스’ 때문이리라.

1970~80년대에 석유에서 실을 뽑아내는 폐 시설의 독가스로 수십 명이 죽어나간 구리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자고 10여 년을 기를 써서 대들고 싸워서 간신히 전국에 하나뿐인 노동재해 전문 병원 원진녹색병원을 쟁취했다.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아뿔사! 내가 살아가는 주변 곳곳이 잠재적인 원진레이온이라니!

마음 같아서는 코딱지만 한 하나의 지부만이라도 움직여서 삼성본관이건 삼성공장이건 한 방 두들겨버리고 싶다.

전국 곳곳에 있는 안전무방비 상태로부터 노동자를 건져내는 일에 민주노총과 지역본부 그리고 지부들이 너 나 없이 나서야 한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줄을 앗아가는 사고들이 구미, 상주, 청주, 수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다. 죽은 것도 억울한 노동자들에게 사건의 책임이 덤터기 씌워지고 있는데 노동자 운동이 하루빨리 여기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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