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노동자연대다함께와 〈레프트21〉의 공동 주최로 “철도, 전기, 가스 … 닥쳐온 민영화, 무엇이 왜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레프트21〉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연사로 나섰고, 청중이 1백 50명에 달해 민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박근혜 정부가 어떤 꼼수를 부리며 민영화를 추진할지,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이명박도 같은 말을 했지만 국민의 80퍼센트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고 꼬집으며 발제를 시작했다.

연사는 ‘공공부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공공부문에는 민영화 대상으로 잘 알려진 전기, 철도, 가스뿐 아니라 은행, 공항, 항구, 우체국, 교육, 의료 등 국가가 직접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해야 할 필수 분야가 모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은 그동안 공공부문을 사실상 무상으로 불하받아서 독점 또는 독과점을 누렸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런 특혜를 받은 재벌들의 혼맥도를 보면 정부와 연결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민영화 반대 여론과 반발이 크기 때문에 한동안 지배자들은 “욕 안 먹게, 티 안 나게, 자본에 부담 안 되게” ‘우회적 민영화’를 시도해 왔다고 설명했다.

“노무현은 SK, GS, 포항제철이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LNG를 직접 수입하도록 해 줬고, 이명박은 다시 이것의 전제조건인 저장시설 용량을 낮춰 더 많은 기업들이 가스직도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려 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소매업은 이미 GS, SK, 삼천리 등 6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

“인천시는 한꺼번에 돈을 내는 상하수도에서 하수도만 떼어 내 프랑스와 한국의 합작회사에 팔았다. 그래 놓고 ‘상수도 민영화 안 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발전회사를 중부, 남부, 남동, 동부로 나눴다. 왜 남과 동이 겹치도록 나눴을까? 지역별로 나눈 게 아니라 팔기 좋게 약 1조 원 정도 되는 규모로 분할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직 매각은 안 했어도 분할하는 것 자체가 민영화의 한 단계다.

“이명박 정부 역시 철도 민영화가 아니라 관제권과 역사만 회수한다고 한다. 왜 기차역과 관제권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할까? 바로 ‘재벌 KTX’가 기차역을 이용하게 해주고, ‘재벌 KTX’와 ‘국영 KTX’의 출발시간, 도착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즉, 수서 발 KTX 민영화의 전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다.”

사내보유금

한편, 민영화는 경제위기 시기에 큰 규모로 이뤄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제위기 시기에는 매우 많은 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쌓인다. 지금 20대 재벌 상장기업의 사내보유금은 몇백 조 원 규모라고 한다. 자본주의 경제 위기는 공장이 생산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과잉생산 때문에 발생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돈이 없어도 꼭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전기, 가스, 철도, 교육, 의료와 같은 필수 분야들이다. 바로 그 때문에 재벌들이 이런 공공부문을 사들이는 것에 굉장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공기업을 팔려고 한다. 바로 그 재벌들을 구제하려고 돈을 쏟아 붓느라 생긴 적자 말이다. 이 둘의 타산이 맞아서 대규모 민영화가 일어난다.”

외국의 민영화 폐해 사례도 소개했다.

“영국 대처가, 경쟁을 하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며 철도를 민영화했다. 기업들은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며 사람이 적은 역은 비싼 요금을 내게 했다. 또 철도가 망가질 때까지 방치해서 안전 사고가 늘었다. 결국 요금이 올라가고 서비스 질이 떨어져서 정부가 재국유화했다.

“미국 애틀랜타 시는 상수도를 민영화 했는데 수압이 세면 누수가 많아진다고 회사가 수압을 낮췄다. 얼마나 낮췄는지 서민 주택 4~5층에서는 물이 안 나왔다. 또 소방전의 물이 약해서 소방수들이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끝으로 연사는 민영화를 막아낸 2002년 철도·전기·가스 3사 파업과 2008년 촛불 운동을 상기시켰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거리 투쟁이 결합될 때 지금 추진되는 민영화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민영화된 공공부문까지 재국유화해서 진정한 복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중들의 질문과 주장도 활발했다.

자신을 “전력을 생산하는 전력 노동자”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정부가 하려는 민영화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추진한 수직수평적 분할 방식인데, 이런 분할 때문에 통합적인 관리가 안돼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결국 2001년 캘리포니아 대규모 정전 사태를 낳았다고 폭로했다.

최일붕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은,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의 원인도 민영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래 한진중공업은 공기업이었고, 쌍용차도 정부가 공적자금을 들여 법정관리하다가 인도 기업 마힌드라에 재빨리 민영화한 것이다. 따라서 쌍용차와 한진중공업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재국유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유재산

한 청중은 ‘일단 민영화를 하면 사유재산이 되는데, 사유재산을 국유화 해도 될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장호종 〈레프트21〉 기자는, 세계적으로 철도·가스·전기는 원래 민간 기업이 운영하던 것이었는데 제2차세계대전 당시 국가가 통제하기 시작했고, 전쟁이 끝난 후 노동자들의 강력한 요구로 국유화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들은 사람을 죽이는 전쟁을 벌이려고 국유화를 했는데,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국유화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이는 완전히 옳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도쿄전력이 사유재산이라며 사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정부가 수습하는 것을 가로막았다고 폭로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재산이라 해도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럿 나왔다.

‘취업준비생’이라는 여성은, 민영화의 전초전으로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언론이 공기업 노동자들을 ‘철밥그릇’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비판하며, 민영화가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없앤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남성은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사회 전반에서 시장과 경쟁이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강화돼 사기업도 노동자들을 더 쥐어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지배자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에는, 경제 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는 이데올로기적 착시현상을 의도하는 것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리발언에서 연사는, 민영화의 폐해를 지치지 않고 설명하고 여러 계기마다 문제제기한 것이 쌓이다가 거대한 흐름을 만났을 때 의료민영화 반대, 조중동 방송 반대, 한미FTA 반대가 새로운 운동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민영화, 방송민영화 같은 용어도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운동 속에서 생겨난 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지지율은 겨우 55퍼센트로 취임 전 이명박의 지지율 75퍼센트보다도 한참 낮은 만큼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박근혜 정부에 맞선 싸움을 철도·전기·가스 민영화 등 당장 닥친 부분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또 사람들은 요금 인상에 굉장히 민감한데, 민영화는 요금인상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의 민영화가 대중적 분노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연사는 “민영화 반대 운동은 단지 지금 통용되는 제한적 의미의 공공성만이 아니라, 공공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사회의 상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런 전망을 가지고 공기업 민영화 반대 운동에 노동자와 시민들이 연대하도록 한다면 박근혜의 정책을 파탄낼 수 있다는 주장으로 토론회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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