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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반값등록금 집회 참가 무혐의 통보를 받고:
기쁘면서도 분노한 까닭

나는 지난해 10월 10일 수요일 밤, 체포 영장을 들고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에게 영문도 모른 채 연행됐다. 경찰서에 가서 보니 2011년 6월 4일 열린 반값등록금 집회와 6월 7일 열린 연행자 규탄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나를 체포한 것이었다. 난 다음날 아침까지 유치장에서 감금돼 있어야만 했다.

경찰이 나를 연행하러 온 때는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린 지 1년 반,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1년이 지나서였다. 그리고 바로 대선을 코 앞에 둔 시기였다. 이 시점에서 경찰이 날 연행한 것은 진보진영, 그중에서도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했던 한대련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 뻔했다.

그들은 날 연행해서 내가 기죽고 조사에 응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가한 것은 애초부터 죄가 될 수 없었고, 나는 이런 부당한 조사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반값등록금은 이명박의 공약이었다. 공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한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찰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찍은 사진 중에 모자를 쓰고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이 나와 닮았다는 것을 유일한 증거로 제시했다.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고 얼굴이 비슷하면 일단 잡고 보자는 식이었다. 내가 묵비권을 행사하자 경찰은 나에게서 증거를 더 얻는 것을 포기했다.

심지어 경찰은 얼마 뒤 어머니를 찾아가 ‘이 사진에 찍힌 사람이 당신의 아들이 맞는지’ 물었다. 나중에 어머니께 전화를 받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는데, 어머니는 차분한 목소리로 “사진을 보고 네가 아니어서 아니라고 말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경찰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애가 쌍용자동차 때도 무고하게 잡혀가서 재판까지 했는데,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니 당연히 경찰에게 좋은 감정을 갖겠냐. 요즘 이렇게 사회문제에 관심 가지고 활동하는 애가 어디 있느냐.” 경찰이 아들을 범법자 취급을 하는 것에 상처를 받으셨을 텐데, 날 나무라지 않고 경찰에게 한 마디까지 해주셨다는 어머니께 난 정말 감사했다.

결국 아무런 증거를 얻지 못한 검찰은 1월 30일 내게 아무런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통지서를 보냈다. 한편으론 기뻤지만, 한편으론 분노했다. 반값등록금을 요구했다는 것을 ‘혐의’ 취급하는 것부터가 분노스러웠고, 증거도 없는 사건으로 날 강제 연행해서 유치장에 감금해 놓고는, ‘혐의가 없었다’는 통지서 한 장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분노스러웠다.

등록금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빚을 지고, 심지어 자살을 하기도 한다. 반값등록금은 이 고통을 덜어낼 최소한의 요구다. 박근혜 정권에서 반값등록금이 가능하겠냐고? 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