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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All boys do it!》:
포르노에 대한 사회의 위선을 폭로하는 책

1951년에 킨제이보고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성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연령이 15세라는 것을 밝혔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의 성경험 연령은 더욱더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네 학교에서는 진솔한 성교육을 받아 볼 수가 없다. 그저 성기 해부도를 보여 주며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란을 만든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정작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만나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게다가 거의 모든 설명은 생물학적인 것일 뿐 인간의 정서와 감정은 무시된다. 결코 성과 즐거움을 연관짓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성교육조차 또 하나의 지겨운 수업 시간이 되고 만다. 가끔씩 보는 비디오는 대부분 낙태의 부도덕성에 대한 것들뿐이다.

몇 년 전 새로운 성교육 전도사 구성애 씨의 ‘아우성’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구성애 씨의 성 이야기는 숨겨진 성을 공론화시키고, 성교육에 대해 부모와 자녀들이 대화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순결과 윤리를 강조한 것은 학교에서의 성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10대들의 낙태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피임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생겨나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는 이리가도 “순결”, 저리가도 “순결’이다.

성 억압

이 책은 성에 대한 사회의 위선을 책 첫머리에서부터 폭로하고 있다.

“십대들에게도 ‘성’은 있다.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 평범하고 당연한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십대들을 성적 방종으로 이끈다는 거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한편,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성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관심을 쏟는다. 잡지나 방송에서 심심하면 특집으로 다루는 주제가 10대들의 성이다. 10대들이 노는 공간에 ‘몰카’를 설치하여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 주거나, 해서는 안 될 경험을 한 아이들의 ‘고백’을 그대로 들려주는 일은 아주 흔하다.

“이런 엄청난 관심은 대개 원조교제나 낙태계(契)1) 등 십대들의 성적 타락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것들에 집중된다. 한 방송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그것이 사회적 반향을 아주 쉽게 일으키기 때문에 가장 즐겨 다룬다고 한다.”

이 사회에서 성에 대해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은 “저질”이 될 뿐이다. 정부와 언론은 성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성 범죄를 부추긴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렇게 ‘보호’해 마지않는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진지해지고 솔직해진다면 기겁을 할 것이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중학생 가운데 포르노를 보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다. 체제가 강요하는 위선 때문에, 현실에서 ‘포르노 보기’는 “십대들을 성적 주체로 길러 내는 매우 중요한 장치”이고 “십대들의 성행위이며, 그들의 성교육 교사다.”

십대들 몇 명이 직접 만든 포르노인 〈빨간 마후라〉가 한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정부와 언론은 청소년들이 타락했다고 난리였다.

또 얼마 전에는 가수 백지영 씨의 섹스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결국 백지영 씨는 이 나라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그 ‘문제’의 테이프의 주인공임을 고백하고, 눈물을 흘리며 가수 활동을 그만 두어야 했다.

정부와 언론은 ‘음란물’을 ‘유해 매체’라며 청소년보호법을 만들어 단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포르노와 십대들의 성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어떻게 하면 십대들이 그런 ‘유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마치 포르노가 강간의 원인인 것처럼 묘사된다. 또 강간이 보통 어둡고 한적한 길을 지나던 여성이 갑자기 (포르노를 본) 낯선 남자에게 끌려가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이 이런 통념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장본인이다.

포르노가 강간의 원인?

저자는 이러한 생각을 실제의 설문과 통계로써 반박한다. “여러 가지 조사 결과들이 말해 주는 것처럼 아이들이 포르노를 보고 나서 강간이나 성추행과 같은 범죄적 행위를 하는 경우는 극히 적으며 또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대신 아이들은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행위인 자위에 포르노를 활용한다.” 또한 “진부하고 식상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도구로서 포르노가 아이들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는 스트레스 해소다.”

포르노는 하나의 두드러진 특성이 있다. 따분하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포르노의 구성은 판에 박혀 있다. 청소년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포르노를 사보거나 빌려보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포르노는 자본주의에서 성을 왜곡되게 반영하는 것 뿐 강간의 원인이 아니다.

포르노 영화에서 진정 문제가 되는 것은 성행위가 실제의 인간 관계와 분리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포르노는 성관계를 완전히 소외되고 대상화된 형태로 묘사한다. 그래서 포르노는 성이 하나의 상품이 되고 여성 억압이 여전히 생활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어 있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겪는 성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여기저기 저자가 발로 뛰며 쓴 조사, 통계가 책의 유용함을 더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실제 학생들의 주장은 읽는 이에게 “아, 나도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것이다.


1) 임신을 대비해서, 임신중절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