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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교육 종탑 농성자 인터뷰:
“희망을 열고자 성당 종탑에 올랐습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지부 오수영, 여민희 동지가 지난 2월 6일 서울 혜화동 성당 종탑 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40m 높이의 종탑 옥상은 비좁다. 벽돌 한두 장 높이의 난간이 전부여서 앉아 기댈 곳도 없다.
5년 넘게 단체협약 체결, 해고자 원직 복직을 내걸고 싸워 온 재능지부는 오는 2월 27일이면 1천895일 간 싸워 이긴 금속노조 기륭분회의 투쟁 기록을 넘기는 최장기 투쟁 작업장이 된다.
다음은 혜화동 종탑 농성을 시작한 오수영, 여민희 동지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여민희: 종탑에 처음 올라오는 날, 종탑 옥상 뚜껑을 여는데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처음엔 뚜껑을 열기 힘들 정도였어요. 텐트까지 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깔판이랑 침낭만 가지고 올라왔는데, 텐트 안 쳤으면 얼어 죽었을지도 몰라요.(웃음) 정말 춥더라고요.

본사를 압박하기 위해 본사 건물과 마주보는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올라왔어요. 땅 밑에서 우리가 외칠 만큼 외쳤는데, 그걸 못 들었으면 회사랑 같은 높이로 올라가자, 우리가 보이는 위치에 올라가서 회사랑 마주보면서 싸워보자 하고 올라왔어요.

가장 길게 싸운 기륭분회의 1천895일 기록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사태 해결을 강하게 촉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예전에 사측은 교섭 자리에서 ‘너희들은 임의 단체다’라면서 노조를 인정해야 할 ‘법적인 근거’를 가져 오라고 자주 말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11월 1일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 저희가 노동자라는 걸 인정받았고 계약해지도 무효라고 했어요. 그러니 사측은 사법부 판결을 무시하지 말고 이제라도 노조를 인정해야 돼요.

" 재능교육지부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호소 드립니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재능교육지부 여민희 조합원과 오수영 조합원이 환하게 웃으며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레프트21

지난 5년

여민희: 저는 1998년 2월부터 재능교사였어요. 교사로서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죠. 하지만 사측은 아이들을 영업의 도구로, 상품으로 보죠.

2007년 12월 21일, 처음 농성 천막을 칠 때, 사측은 저와 같이 일하던 직원들을 시켜 조합원들을 폭행했어요. 그래서 제가 6개월을 쉬었는데 그 뒤 2년 동안 일을 주지 않았어요. 단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그런 거죠.

사측이 동원한 용역 깡패들이 제 차 타이어에 미세한 구멍을 뚫었던 적도 있어요. 저는 그걸 모르는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바퀴가 주저앉아 자칫하면 죽을 뻔 했어요. 한동안 잠도 못 자고 악몽에도 시달렸죠.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특히 단체협약을 파기당했을 때는 싸워서 이겨 현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졌고요.

오수영: 교육기업이라고 하면 흔히들 최소한의 도덕성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재능 사측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걸 보면 도덕이고 뭐고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측이 용역깡패를 시켜 여성 조합원들을 성희롱했을 때, 제가 무섭고 두려워 회사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 갔거든요. 그런데 사측 사람들은 회사 건물 안에 들어오지 말라며 오히려 저를 끌어내고 낄낄 거리고 웃더라고요.

또, 저한테서 백만 원 받아 내겠다고 집에 압류 딱지를 붙이기도 했어요. 저희 시어머니와 남편이 저를 이해해 줘서 다행이었지만, 제가 결혼해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점을 노리고 그렇게 한 거에요.

재능교육 회장 박성훈은 연간 35억 원 정도씩 벌어가면서 저한테 돈 백만 원 받아내겠다고 우리 가족을 그렇게 괴롭힌 거예요. 게다가 박성훈은 자기 가족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서 연간 60~70억 원씩 벌어가게 해요. 최근에는 이 일감 몰아주기 때문에 부당 거래 의혹도 받고 있죠.

2004년에는 같이 일하던 신입 교사가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니까 지국장이 규정에도 없는 위약금 3백만 원을 내놓고 나가라며 괴롭혔는데, 그 교사는 마지막 인수인계 하기 전날 결국 투신 자살을 했어요. 이 일이 있었을 때도 사측은 회사와 무관하다며 발뺌했죠.

저도 이 회사를 다니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2011년 11월 2차 파업 후 노조 탄압이 극심해졌는데, 제가 회사가 시키는 부당영업을 안 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니까 대놓고 왕따를 시키기도 했어요.

지지와 연대

2월 6일 저녁 재능지부 고공농성장 앞에 모인 활동가들 ⓒ고은이

여민희: 본사 앞 촛불 문화제를 내려다 볼 때, 지나가시는 분들이 손을 흔들어 주실 때, 저희를 만나러 와 주시는 분들을 볼 때 힘이 나요.

저희도 평택 쌍용차 고공 농성장이나 아산 유성기업 농성장 갈 때, ‘내가 도움이 될까’했는데, 종탑 위에 올라와 보니 저희를 찾아와 주시는 게 정말 힘이 되더라고요.

본사 앞에 지지 현수막 걸어주시는 것도 힘이 돼요. 본사에 압박을 넣는 방법 중에 하나니까요.

저희가 여성이라 더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싸우는 노동자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단체협약 체결하고 해고자들이 전원 현장에 돌아갈 때까지 잘 버틸 거예요. 굽히지 않고 끝까지 싸울 거예요.

오수영: 학습지 업체들이 기업 이미지를 굉장히 중시해서 유명 연예인들까지 써 가며 큰 돈 들여 광고를 하는데, 저희가 농성을 올라오고 언론에 많이 보도되니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효과가 나고 있는 것 같아요.

꼭 이겨서 내려가 제 아이 얼굴을 보고 싶어요. 종탑 아래 있는 다른 조합원들이 헌신하고 있는 걸 보면 되레 저희가 힘이 나요. 물론 고공 농성들이 자꾸 늘어나는 건 저희도 걱정이에요. 그러다 보니 종탑 아래 오셔서 우시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저희가 절망해서 올라온 건 아니네요. 희망을 열겠다는 생각으로 올라온 거예요. 안타까워만 마시고, 전국에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