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단병호 국회의원 당선자 인터뷰

“한국 정치는 전환기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편집자 주] 단병호 국회의원 당선자는 한국 정치 질서의 재편 과정에 노동자들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Q 당선 축하드립니다. 먼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13.1퍼센트의 지지를 얻었고 10석을 차지했는데, 아쉬움은 있죠. 그러나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에서 현대 정치가 해방 이후에 출현했다고 보면 그 역사는 대략 60년입니다. 그 동안 다양한 정당들이 존재했고 서로 경쟁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사실 보수 정치인들의 실질적인 독점 체제에 의해 지배당해 왔습니다. 그 내에서 약간의 차이였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그것을 허물어뜨리고 진보 정치가 한국 정치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정치는 전환기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Q 많은 사람들이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열린우리당이 대중의 개혁 열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보수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한국 정치가 보수 정치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만큼 부패하고 무능력했고 무책임한 정쟁만을 일삼다 보니 열린우리당이 개혁적인 정당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죠.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보수 정당이고, 보수 정당이 추진하는 개혁은 근본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나라당이 거대 야당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교해 약간의 변화가 있겠지만, 과도한 기대를 갖는다면 또다시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보수 정당의 근본적 한계를 넘어 개혁을 이뤄 낼 수 있는 방법은 국민 여론과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상당히 개혁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국회의원과 정치 일반에 대해 불신이 팽배해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활동 원칙과 방책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에 대한 폭넓은 국민적 지지와 호응이 있다면, 개혁을 좀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 수 있다고 봅니다.

 

Q 이번 선거 기간에 주로 산업 현장을 돌아다니며 유세하셨는데요. 민주노동당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대감이나 정치화 수준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기반이 상당히 확대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 동안 노동자 내에서 민주노동당의 중심적인 활동층은 고학력에 3천만 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과정에서는 조직 노동자 일반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이제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로까지 자신의 뿌리를 확고하게 내리느냐가 과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치적 허무주의와 냉소주의 그리고 정치 불신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큽니다.

민주노동당의 지지 폭을 비정규직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남아 있는 과제입니다. 그러러면 민주노동당이 기존 정당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줘야 합니다.

 

Q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노동자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십니까?

 

당이 앞으로 노동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느냐가 중요하겠죠.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13퍼센트의 지지와 10명의 의원을 배출했는데, 이 의원들이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노동운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13.1퍼센트는 숫자로 따지면 2백80만 표가 되거든요. 적은 표가 아니죠. 이들은 대부분 노동자, 농민 등 이 사회의 소외 계층입니다. 이들이 던진 표는 단순히 한 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희망을 당에 던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희망에 부응하는 활동을 하느냐 못하는냐 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이 총선 결과를 딛고 더 성장할 것이냐 아니면 실망을 안겨 줄 것이냐를 좌우할 것입니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당을 적극 지지해 운동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자신감을 높이려 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정당을 통한 운동의 시도도 한계가 있구나, 이것도 대안이 되기 어렵겠구나’ 하고 실망할 것입니다. 이것은 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철저하게 노동운동과 전체 운동이 급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복무해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지금 민주노동당은 진보적인 법안들을 제정하려 합니다. 그런데 당이 의회내 소수파라는 사실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입니까?

 

제일 어려운 문제죠. 국회에서 법이 제정되는 과정은 어쨌든 의원들의 찬반을 통해 확정됩니다.

289명대 10명입니다. 사실, 우리 당 자력으로 법을 만드는 데에는 극도의 한계가 있습니다. 20석이나 30석이 되면 또 다르겠지만, 10석은 사실상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일단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의회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정책 토론회를 열든 아니면 설득이나 호소를 해서든 우리가 추진하려 하는 정책과 법안의 정당성을 그들로부터 확보하는 것이 한 측면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의 여론과 지지를 조직하는 것입니다. 의원 수가 적기 때문에 국민이 ‘그래 그 법은 그래도 만들어져야 할 법이다’ 하는 절대적인 지지와 동의를 조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병행할 때 입법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의회 활동으로만 제한돼서는 상당한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Q선거 기간에 한 인터뷰에서 의회 활동과 대중 투쟁은 병행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둘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소수 정당은 의회내 제한된 공간에만 의지해서는 자신의 정치와 정책을 구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중 동원 전략이 맞물려야 합니다. 이것은 민주노동당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민주노총, 농민 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민주노동당의 정책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분들이 힘을 합하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Q메이데이에 참가하는 노동자들에게 한 말씀해 주십시오.

 

노동자들이 이번 민주노동당의 총선 결과를 보면서 상당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의회에 안주해 그 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다 보면 결국 그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있고, 그런 기대가 어떤 것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정치는 새로운 정치 질서의 재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환기적 상황에서 우리 노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해 실질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반이 공고하게 다져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