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김어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의 “국제기업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가 열린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자본주의의 주요 기구 가운데 하나다. 이 회의에는 신자유주의 의제들을 논의하고 결정하고 싶어 안달난 자들이 모인다.

이 기구는 매달 1인당 1만 5천 달러(약 1천8백만 원)의 회비를 내며 매일 호화 만찬을 즐기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이윤 증대 기회를 제공한다.

1년에 한 번씩 열리고 매년 중동과 유럽, 아시아 대륙에서도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의 목적은 “세계의 지도자들한테 전략적 안목과 주도권을 불어넣어 주기”위해서다.

그들이 중요시하는 안목은 “경영 혁신 정신”이다. 그들의 경영 혁신은 노동자들을 더 잘 쥐어 짜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 참여한 자본가들과 정부관료들은 좀더 적은 노동자들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고 공기업을 신속하게 사기업화하는 방법을 배운다.

세계경제포럼은 해마다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간한다. 나라별로 경쟁력 순위가 매겨진다. 기업들이 자유가 더 많아질수록, 기업의 세금 부담이 적을수록, 노동규율이 강화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 기구는 WTO와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자신들이 WTO를 설립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자랑한다. 세계경제포럼은 무역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이 없애려는 또 다른 장벽은 환경 규제다. 공공 주택과 의료와 교육을 위한 공공 지원금도 없애려 한다. 노동자들의 권리도 마찬가지다.

 

이번 회의의 의제들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의 의제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다자간 무역협정(WTO)이냐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이냐”는 포럼 주제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스커드 미사일인가 아니면 크루즈 미사일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다자간이든 양자간이든 둘 다 악이다.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아웃소싱도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서 꽤나 중요한 주제다. 아웃소싱은 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쥐어짜는 데서 자본가들한테 아주 중요한 경영 전략이다. 아웃소싱은 사기업화 과정에서도 필수 목록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지구적 의제를 세련되게 다루는 기구처럼 보이기를 원한다. 세계경제포럼은 단지 기업만이 아니라 언론, 지식인, NGO, 예술 등 모든 분야에 개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개방성’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적 세계화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포럼에는 “아시아의 다음 성장 엔진으로서의 생명과학”이라는 주제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생명과학이 다음 성장의 엔진인가를 묻기 전에 생명과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인간의 삶인가 아니면 이윤인가.

또, 세계경제포럼은 조지 W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을 추진한 정부 각료들의 잔치이기도 하다.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을 응원하고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한 일본·한국·호주 정부의 주요 각료들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  

전쟁의 엔진이 자본주의 세계화라면 세계경제포럼의 여러 후원사들은 전쟁의 주요 엔진의 일부다. 세계경제포럼과 서울 회의를 후원하는 기업들 가운데 보잉과 IBM, 베어링 포인트 등 전쟁으로 떼돈 버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아시아판 ‘의지의 동맹’

 

이번 회담이 전혀 도전받지 않고 치러진다면 그것은 바로 최근의 두 전쟁에서 떼돈을 벌고 미국의 점령을 돕는 정치인들과 기업들한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 항의하는 운동은 6월에 대규모 추가 파병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강력하게 항의할 기회다.

전쟁광들의 아시아 동맹 세력이 교육과 보건의료를 더욱 시장에 내맡기고 노동자들을 더 많이 쥐어짤 기회를 노리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운동은 반전 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결합이어야 한다.

6월 12일과 6월 13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거래하는 권력자들의 회의에 항의하는 거대한 시위를 조직하자.

 

 

세계경제포럼에 대한 저항 기록

 

● 2000년 9월 호주에서는 세계경제포럼 아시아 태평양 회의가 열렸다. 2만여 명이 3일 동안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노동자들, 환경운동가들, 원주민 억압에 반대하는 단체, 학생들 등 다양한 세력과 단체들은 광범한 연합을 건설했다. 이 네트워크는 몇 달 동안 시위를 준비했다. 대규모 토론회를 열고 거리에서 시위 참가를 호소하는 리플릿을 배포했다.

호주의 대형 노동조합은 지역과 부문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설득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시위에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  

그 덕분에 빌게이츠는 헬리콥터로, 호주 총리 존 하워드는 경찰함정을 타고 행사장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 2002년 1월에는 세계경제포럼이 뉴욕에서 열렸다. 3만 명이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1월 31일 GAP 본부 앞에서는 섬유노동자 시위가 있었고 콜럼비아 대학에서는 반WEF 포럼이 열렸다.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 항의 행동 일정

6월 12일(토)    대항 포럼 전야제(장소 미정)

6월 13일(일) 오전부터 항의 시위

6월 14일과 6월 15일까지 항의 시위

6월 15일에는 폐막 집회

 

 

2000년 아셈 항의 투쟁을 기억하라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 정상회의에 항의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데서 2000년 아셈(아시아·유럽 정상회의) 항의 투쟁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당시 김대중은 “세계화라는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2만 명이 아셈 항의 집회에 참가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셈 행사장 반경 1.5킬로미터 이내 지역을 특별치안강화지역으로 설정했는데 이것은 바로 아셈 반대 집회가 끼칠 정치적 파급 효과 때문이었다.

당시 한 언론은 시위의 효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받아들여졌던 세계화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 재편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국민적 각성을 이뤄 냈다. 또, 서구 중심의 세계화 역효과에 대한 경고가 아시아로 이어지는 전세계적 흐름이 있음을 알리는 투쟁이 됐다.”

아셈측도 시위대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당시 아셈 서울회의가 승인한 16개 신규 사업들의 대부분은 “세계화에 따른 그림자 걷어내기”와 관련된 것들이었고 〈조선일보〉조차 “반세계화 시위대들의 우려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해야 했다.

 

그림자

 

아셈 항의 투쟁에서 단연 돋보였던 점은 조직 노동자들의 참가다. 당시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이윤이 아니라 인간이 먼저다” 같은 반자본주의 구호들이 쓰여진 팻말을 들고 대거 참가했다. 시위대의 대부분이 민주노총 노동자들이었다.

해외에서 참가한 국제 활동가들은 아셈 항의 시위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압도 다수를 이루었던 노동자들의 참가를 꼽았다.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해로운 효과에 반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행동했다. 학생들, 환경운동가들,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아셈 항의 행진에 대거 참가했다.   

아셈 항의 집회는 신흥공업국에서도 반자본주의 운동이 등장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반자본주의 운동이 단순히 북반구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