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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정치 상황을 이용해 돌파구를 열려면

2월 19일 현대차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가 포함된 불법파견 특별교섭단은 비정규직지회 독자교섭을 추진한다고 결정했다.

현대차 사측은 “무리한 요구안 고집으로 의견 조율 실패, 특별 협의도 중단” 운운하며 비정규직지회를 비난했다. 보수언론은 “고립무원 자초하는 현대차 하청노조”라며 이 비난에 힘을 실었다.

이런 비난은 뻔히 예상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야속한 것은 정규직지부 집행부가 연대투쟁을 강화하지는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지회에 요구안(정규직 전환 범위와 내용) 후퇴를 강요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의 독자교섭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독자교섭을 결정한 지금, 이제 남는 문제는 비정규직지회가 효과적인 투쟁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2월 20일 비정규직지회 쟁대위 소식지는 “교섭을 성사하기 위해 본격적인 파업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 파업은 점거파업이어야 한다.

지금 어렵고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현대차 사측의 1차 신규채용 강행으로 현장 분위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점거파업은 분명히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충분치 않은 파업 참가자 규모로 탄압의 우려도 클 것이고, 아예 성사 자체에 대한 고민도 들 것이다.

현재 조건에서 이런 어려움과 고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작업장 분위기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어렵더라도 돌파구가 만들어질 여지가 있다. 실제로 효과를 내는 투쟁 방법을 택하면 대중적 연대의 초점이 될 수 있다.

대중적 연대의 정서가 형성되면, 정규직 조합원들의 적극적 지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가 당선하자 사측이 자신감을 얻어 공세를 강화하는 듯하다. 그러나 정치 상황이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나쁘지 않은 정치 상황

이제 막 취임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벌써부터 복지 공약 후퇴, ‘경제민주화’ 실종, 부패 내각 인선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취임하기도 전에 지지율이 득표율 아래로 떨어진 최초의 정부다.

정부조직개편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채 출범했다. 줄줄이 잡힌 장관 인사청문회도 지뢰밭의 연속일 것이다.

결국 당분간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저들이 전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치고 나갈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박근혜가 벌써부터 위기인 것을 보고 그동안 대선 패배감에 의기소침해 있던 사람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게다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크다. 민주노총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월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5퍼센트가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지지했다.

최근 대법원이 한국GM(구 GM대우) 창원공장의 모든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것도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이제 검찰도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수사에서 더 큰 압력을 받게 됐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사측은 2차 신규채용을 강행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더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실제로 효과를 내는 진정한 대안이 없으면 사방에서 밀려오는 압력에 더 많은 사람들이 흔들릴 수 있다. 이미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에서 후퇴했는데, 또다시 2차·3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제대로 맞붙어 싸워 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쓰러지는 것은 이후 투쟁을 위해서도 효과적이지 않다.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주저하고 머뭇거릴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