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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투쟁을 위축시키기 위한 노조 흔들기에 맞서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자

 이 글은 〈벌떡교사들〉 1호(3월호)에 실린 글로써,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왜 거부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최근 노동부가 전교조 신임 지도부에게 규약을 ‘시정’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해고자가 선출직에 포함된 것도 문제 삼으면서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노동부가 전교조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전교조에 규약 ‘개악’을 압박해 왔다. 2010년 8월 대의원대회는 옳게도 정부의 규약 ‘개악’ 압박을 거부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지도부는 규약시정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지 않고 있다.

제65차 전국대의원대회에 지도부가 올린 ‘규약시정명령 등 전교조 탄압 대응 투쟁 계획’을 보면, “노조결격사유시정명령에 대한 대응경로인 ‘규약변경’, ‘규약유지’ 등에 대한 조합원들의 토론을 진행하고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직의 총의를 모음”이라고 돼 있다.

사실상 규약 변경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의 동요에는 전교조가 많은 탄압을 받으면서 조합이 현저히 약화됐으므로 해고자를 무리하게 안고 가면 노조가 와해될 것이라는 걱정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또, 대법원 판결에서 졌기 때문에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면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것이고, 법외노조가 되면 조합이 와해될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물론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탄압이 강화될 경우 전교조가 큰 시련에 처할 수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 운동과 진보 정치 운동의 상태도 분열 때문에 썩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탄압에 실용주의적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닐 뿐더러 도리어 위험하다. 조직 보존을 앞세워 해야만 하는 투쟁을 회피하면 자주적 결사체로서 노조의 결속력은 약화될 것이다.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수용해 해고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다면, 많은 조합원들이 위축돼 조합의 결정에 따라 투쟁에 나서길 주저할 수 있다. 이렇듯 전교조의 투쟁력 약화, 바로 이것이 정부가 노리는 바다.

그리 되면, 학교혁신-혁신학교 운동, 학급 당 학생 수 20명으로 감축·교원 확충, 불필요한 행정 업무 폐지·교육 행정 인력 확충, 교무회의 의결 기구화 등 학교 자치 확대, 일제고사·성과급·교원평가 폐지, 자사고 지정 취소,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교육개혁과 학교민주화 투쟁을 제대로 건설할 수 없을 것이다.

후퇴는 안 된다

그래서 이 사안은 결코 해고 조합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해고 조합원들은 일제고사, 시국선언, 진보정당 후원 등 매우 정당한 조합 활동을 하다 해고됐고 우리는 이들을 방어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을 해고자들만의 문제로 협소하게 생각해 실용주의적으로 규약을 변경하려 했다가는 더 큰 후퇴를 강요받을 것이다.

우리는 전국공무원노조의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 2010년 전국공무원노조 지도부가 국가 탄압 위협 앞에서 해고자 조합원 자격 규약을 개정했지만 이조차 합법성 쟁취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해고 조합원의 실질적 활동을 문제 삼아 전국공무원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전래 동화에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던 호랑이에게 떡 하나씩 주다 결국 목숨을 잃은 떡장수 할멈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알맹이

규약시정명령과 노조결격사유시정명령이 언제 떨어질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강성 우파인 박근혜 정부는 언제든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전교조가 동요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때를 공격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규약시정명령에 대한 입장을 회피한 채 공허한 ‘총력 투쟁’을 말하면서 노조결격사유시정명령이 떨어지기 직전에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규약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알맹이가 빠진 ‘총력 투쟁’ 안이다. 지금 우리가 총력 투쟁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가 규약시정명령(노조결격사유시정명령)을 앞세워 공격하려 하기 때문 아닌가.

따라서 2월 23일 대의원대회에서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입장을 결정하자. 그리고 정부 공격에 맞서 총력 투쟁을 벌이자.

출처 : 〈벌떡교사들〉 1호(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