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직 공무원 모임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발전연구회(이하 전공연)‘는 총회에 참석하면 사법 조치하겠다는 정부의 협박을 무릅쓰고 지난 2월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총회를 열었다.

이 날 총회에 참석한 84명의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들은 명칭과 규약개정에 55명(65퍼센트)이 찬성해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으로 명칭을 바꾸고 단일대표체제를 갖춘 사실상의 공무원 노동조합을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정부는 총회를 물리력으로 막지는 못했지만 국회 정문 앞과 총회가 열리는 헌정기념관에는 사복 형사들이 참여자들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 다소 긴장된 상태에서 진행된 총회는 노동조합을 쟁취하고 싶어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열망을 잘 보여 주었다.

부천 공무원직장협의회의 대표는 “이제 전공연은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때가 왔다.”며 노동조합으로 일보전진할 것을 요구했다.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명칭을 바꾸면 정부가 탄압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강동구청의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는 “오늘 경찰들과 몸싸움이 있을 것 같아 넥타이를 안 매고 왔다.”며 탄압을 우려하기보다는 단호한 행동과 결의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토론이 진행되던 중 사회자에게 쪽지가 하나 전달됐다. 사회자는 잠깐 토론을 멈추고 긴급 제안을 했다.

“행정자치부 담당직원이 이 회의에 참석해서 우리의 토론을 계속 감시하고 있으니 회의장에서 나가줬으면 하는 의견이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러자 곧장 “우리는 경찰과 행정자치부의 ‘신변보호’는 필요없다. 당장 이 자리에서 나가라”며 한 노동자가 답변을 보냈다. 환호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던 행정자치부 직원을 향해 여기저기서 “나가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총회를 감시하던 행정자치부 직원은 노동자들의 압력에 못 이겨 슬금슬금 회의장 밖으로 쫓겨나갔다. 정말 통쾌한 장면이었다.

행정자치부 직원이 나가자 다시 회의가 활기를 띠었다. 명칭을 바꿀 것인지 말 것인지가 토론되었다. 몇몇 직장협의회 대표는 탄압을 우려해 온건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명칭을 바꾸지 말 것을 제기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노동자는 “규약과 명칭을 변경하지 않을 거면 왜 우리가 정부의 협박을 받으면서까지 여기에 왔는가?“라며 그 주장을 일축했다. 총회는 곧장 표결로 이어졌고 명칭 변경과 단일대표 체제가 통과되었다.

사회자는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꿋꿋이 단합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총회를 마친 공무원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비장함까지 흘렀다.

일보 전진

김대중 정부는 “전공련의 이번 결정은 불법”이라며 공무원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총회 다음 날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직장협의회의 위법 활동에 대해 행정 조치를 취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그러나 국제공공노련 사무총장 한스 잉겔버트가 김대중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밝혔듯이,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공공 부문 노동자를 포함하여 모든 노동자가 고용주나 국가의 간섭이나 협박 없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무원 노동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1948년에 제정된 제헌헌법이나 1953년 제정된 노동조합법에서는 군인, 경찰, 교도관, 소방관을 제외한 노동자의 노조 결성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5·16쿠데타 이후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공무원의 노조 결성권이 박탈당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김선수 변호사의 말마따나 “공무원 노동자들의 기본권 제한은 군사독재의 잔재다.”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23일 공무원 노조 도입에 관한 국회 질의에서 “경쟁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노동조합을 인정할 때가 아니다.”하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공연의 한 노동자는 “우리가 박탈당한 노동기본권을 회복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다.”하고 반박했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노사정위에서 전교조 합법화가 합의된 것도 교사 노동자들이 10년 간 온갖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싸웠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전교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합법화를 쟁취하기 위해 단호히 행동한 것처럼 공무원 노동조합의 합법화는 단호한 투쟁을 통해야만 온전히 쟁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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