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는 장관이 되기 위한 “4대 필수 과목”이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보면, 이 사회의 1퍼센트 엘리트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불법과 부패로 얼룩졌는지 알 수 있다. 

‘회전문’ 인사도 그중 하나다.  

국방부 장관 지명자 김병관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퇴임 후 무기 수입 중개업체인 유비엠텍 고문으로 일했다. 

유비엠텍은 김병관의 군대 내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해 K2전차에 장착할 독일산 파워팩을 수입 중개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로 43억 원을 챙겼다. 

법무부 장관 황교안은 부산고검장을 그만두고 재벌 총수들을 변호하며 급부상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매달 1억 원을 받았다. 

정홍원은 법무연수원장에서 로펌으로, 다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에서 로펌으로 회전문을 돌다가 이번에 총리가 됐다.

따라서 이런 자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1퍼센트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세간의 걱정은 타당하다.

미국에서도 회전문 현상은 흔하다. 예컨대, 2004~08년에 퇴역한 미군 고위 장성 80퍼센트가 방위산업체의 고문이나 임원으로 옮겨 갔다. 

오바마가 임명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메리 조 화이트는 2002년 검사를 그만두고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을 변호한 유명 로펌에서 일한 전력이 있는 자다.

사실 국가 고위 관료와 자본가 들은 학연, 지연, 혈연, 혼인 관계 등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회전문 현상은 그 관계의 일부를 보여 줄 뿐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재벌 혼맥도를 보면, 국가관료와 재벌과 주류 정치인 들이 얼마나 단단하게 얽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박근혜도 외가를 통해 GS·LG그룹과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이를 두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국가기구들이 “수천 가닥의 끈으로 자본가들과 연결돼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한국처럼 국가자본주의 방식으로 국가가 자본 축적을 주도한 나라에서 국가와 자본 간의 관계는 더 돈독하다. 특혜와 상납, 보호와 후원 등 부패한 유착 관계가 마치 DNA처럼 체제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자본가들은 자기 사업에 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려고 국가 고위 관료에게 로비하며 압력을 행사한다. 장관, 고위 판검사, 군 장성, 경찰 수뇌부 등 고위 국가 관료들 자신이 1퍼센트 지배 엘리트이기도 하다. 이들은 흔히 정의나 도덕심 따위는 내던지고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일한 덕분에 고위 관료로 성장할 수 있었다.

부패한 유착 관계가 만연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에서 찾을 수 있다.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주의적 축적에 의존해 자신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얻는다. 따라서 국가를 운영하는 관료들은 자국 내 자본주의 축적을 순조롭게 하는 데에 근본적 이해관계가 있다.

물론 개별 자본가들은 경쟁에서 이기려고 서로 치열하게 다툰다. 특정 자본가는 특정 정치인·국가관료와의 유착 관계를 이용하고, 이것이 기성 정치권과 국가관료 내 갈등과 암투로 표현되기도 한다. 국가관료와 자본가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집단으로 볼 때 국가와 자본은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고, 따라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국가를 인수해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