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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사업 부도가 보여 준:
탐욕과 투기로 가득 찬 체제의 단면

총 사업 규모 31조 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린 용산 개발 사업이 부도나면서, 파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근처에서 ‘용산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사업을 밀어붙였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사업을 주도한 코레일, 롯데관광개발, 삼성물산 등은 서로 “네가 먼저 돈을 내놓으라”며 다퉜지만, 누구도 수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에 돈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레프트21

결국 건설사들과 국민연금 등 30여 출자자들은 투자한 자본금 1조 원에다 그동안 쓴 비용 수천억 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이로써 용산뿐 아니라 상암동, 뚝섬, 삼성동, 잠실운동장 등에 들어설 예정이던 1백 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제2 롯데월드를 빼고 모두 건설이 중지될 상황이다. 세계 대공황 때 건설돼 ‘엠프티(텅 빈)스테이트’라고 조롱받은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사례에서 보듯, 초고층 빌딩 사업이 시작되면 경제 위기가 온다는 공식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업이 좌절될 경우 이에 따른 파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용산 개발 사업이 완전히 파산하면 부동산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후 한국 부동산 시장은 꾸준히 가라앉았다. 건설 수주액은 2007년에 견줘 무려 26조 4천억 원(20퍼센트)이나 감소했다.

2010~12년 건설사들이 미분양으로 회수하지 못한 돈이 22조 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수익은 곤두박질치고 자금줄이 막히고 있다.

지난해 상장 건설사 42곳 중 15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상위 건설사 1백 곳 가운데 20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이다.

건설사들의 부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금융권을 강타하며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쌍용건설의 은행 대출금 5천억 원 중 3천억 원가량이 손실로 처리되면서, 주요 은행들의 신용 전망까지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의 여파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창구는 사실상 모두 막혀 버렸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재벌 계열 건설사조차 자금을 끌어오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한편, 약 4백조 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증가도 금융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용산에서도 서부이촌동의 2천3백여 가구가 평균 3억 원이 넘는 빚을 냈다. 그러나 용산 개발 지역의 집값이 크게 떨어져, 집을 빼앗기는 사람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도 집값이 떨어지면서 ‘깡통 주택’이 늘어나, 집을 경매 처분해도 못 받아 내는 주택담보대출금이 1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내 상환이 어려운 다중채무자들의 주택담보대출도 25조 6천억 원이나 됐다.

총체적인 부동산 시장 붕괴 위험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3월 말쯤까지 부동산 시장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유시장주의자인 국토부 장관 서승환의 성향으로 보건대, DTI·LTV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양도세·취득세 감면 등 부동산 부양 정책이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로 부동산 시장 부양에 성공할지도 의문인데다가, 설사 성공하더라도 경제 위기를 잠시 뒤로 미루는 효과 이상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부유층만 득을 볼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장기임대주택을 대폭 늘려 주거 복지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자본을 끌어와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하는 계획을 보면, ‘주거 복지’는 입발림이고 건설회사와 부유층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부양은 지배자들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정책이다.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면 붕괴의 여파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견은 앞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또 새누리당 내의 갈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갈등 격화는 심화하는 경제 위기와 함께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박근혜 정부에 타격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