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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안 상정과 반대 투쟁

지난 12월 23일 국무회의는 3천 명을 이라크에 추가로 파병하는 안을 의결해 국회에 상정했다. 파병 부대가 담당할 지역은 키르쿠크를 포함한 이라크 북부의 아타민주(州) 전역이고 파병 시점은 2004년 4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로 결정됐다.

3천 명을 추가 파병하면 이미 파병한 서희·제마 부대까지 합해 3천7백 명을 이라크에 파병하는 셈이다. 이는 주요 전쟁 당사자인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수다.

추가 파병 최종안은 지난해 9월 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사단 사령부에 통신과 수송, 행정지원, 1개 여단 등을 갖추고 다른 나라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폴란드형 사단’과 똑같다.

파병 지역도 마찬가지다. 일부 언론은 ‘한국이 요청한 키르쿠크를 미국이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초 강대영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은 “한국군을 파병할 경우 키르쿠크 지역을 맡을 것”(〈오마이뉴스〉 12월 24일치)이라는 점을 이미 말한 바 있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실제로는 미국의 애초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원래부터 뻔히 예상됐던 수순”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노무현이 파병안을 이렇게 결정하자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보수 세력들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한나라당 대표 최병렬은 “현실적으로 그런 정도면 수용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호평을 했고, 보수언론들도 ‘이라크 파병 철저한 준비 갖추라’ 등의 사설을 보내며 호응했다.

노무현은 미국의 눈치만 살펴 파병안을 결정해 놓고는, “이제 우리 부담이 최소화하고 국제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안전을 확보하는가에 중점을 둬서 논의를 하자” 하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는 파병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물타기’와 거짓말로 일관했다.

미국의 파병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엿새나 지나서 추석 직전인 9월 9일에 처음 발표하고, 파병 요청자도 부시나 파월이 아닌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차관보 등의 ‘부차관보급’으로 격을 낮춰 파병 반대 운동의 예봉을 피하려고 했다.

10월 16일에 허울뿐인 유엔 결의가 통과하자, 10월 17일에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불러 “[파병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감쪽같이 속이고, 다음 날 파병 방침을 발표하고는 APEC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해 버렸다.

12월에 6자회담 개최 소식과 함께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키려고 했던 정부는, 미국의 완강한 태도로 6자회담 연내 개최가 무산되자 후세인 체포라는 호기를 맞아 파병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평화·개혁’ 정당이라는 열린우리당도 노무현의 사기극에 동참했다.

사기극

열린우리당 의원 임종석은 지난 10월 19일 전투병 파병에 반대한다며 ‘의원직 사퇴’를 걸고 13일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전투병 파병을 확정한 요즘에는 아무 말이 없다.

‘반전평화’ 의원이라던 송영길도 이라크에 조사단으로 갔다와서 오히려 파병 찬성으로 돌아섰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0월 31일에 ‘비전투병 파병’을 당론으로 정했다. 그러다가 정부가 사실상 폴란드형 사단 파병 방침을 밝히자 순순히 이를 수용했다.

계속된 노무현의 사기극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서도 실망과 환멸로 ‘내가 반대한다고 파병 결정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체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파병안 결정 과정이 보여 주는 것처럼, 노무현은 거대한 파병 반대 운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청나게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지배자들도 한국의 파병 반대 운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번 럼스펠드의 방한 일정 조정이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이라크 채무 탕감을 요구해 큰 반발을 샀던 전 국무부 장관 제임스 베이커가 돌연 방한 일정을 취소한 것 들이 그 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12월 15일 윤영관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가 … 한국을 비롯한 파병국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파병 반대 여론에 신경쓰고 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한국 파병부대는 키르쿠크뿐 아니라 경기도 넓이에 인구는 1백만명에 이르는 아타민주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 또한 파병 기한이 2004년 12월 31일로 돼 있지만 그 때까지 이라크가 ‘안정’되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호주군 총사령관은 “지금 생각으로는 우리가 그 곳[이라크]에 수년간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머지않아 다시 추가파병이 거론될 수 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2월 임시국회에 파병안을 상정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는 대선 자금 비리와 대통령 측근 비리 등의 부패 스캔들, 총선을 겨냥한 정치관계법 개악 시도, FTA 비준 시도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 정치권 전반은 분열하며 커다란 위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파병안 통과를 미루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파병안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대중 행동을 조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중 행동은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 것이다. 설사 이 투쟁이 파병안 통과를 당장엔 막을 수 없더라도 계속 일어나는 반전 대중 행동은 새로운 추가 파병을 막거나, 이미 파병된 군대를 철수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