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지슬〉은 아름다운 섬 제주의 피맺힌 역사 4.3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과 제주 사람들의 삶을 미학적으로 보여 주지만 국가 권력의 잔인한 폭력에 민초들의 삶이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됐는지도 보여 준다. 영화를 본 후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뻐근했다. 4.3 때 가족이 몰살당하고 어린 나이에 천애고아가 돼 천형 같은 삶을 살아온 시어머니의 삶을, 죽기 전에 4.3항쟁이 제대로 평가되기를 바라는 절절한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영화는 이유도 모른 채 쫓기면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면서 긴장을 늦추고, 자신이 죽여야 할 사람이 폭도가 아닌 주민이란 것을 알면서 갈등하는 군인과 폭행자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토벌대에게 성폭행 당하고 죽음을 당하는 순덕과, 임신한 몸으로 동굴을 빠져나가지 못해 죽음을 맞는 생이 엄마와 노모의 죽음은 약자의 비참함을 느끼게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영화는 한국의 현대사 중 가장 비극적인 4.3항쟁을 다루면서 그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다. 아마도 감독이 관객의 숙제로 남긴 것 같은데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것은 나만의 아쉬움일까?

오늘날 교과서에서 단 몇 줄 정도로 설명되는 4.3항쟁은 해방 직후 미국과 옛 소련의 한반도 분할 점령과 분단 시도에 반대해 제주도민 95퍼센트가 파업에 참여하며 저항한 항쟁이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이 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1948~49년 동안 제주도에서 3만 명,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이 목숨을 잃었고, 이중 80퍼센트 가까이가 군경토벌대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당시 미군정 장관 딘은 “미국은 군사상 제주도가 필요하지 제주도민은 필요치 않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는 확보해야 한다” 하고 지시했다. 냉전기에 남한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 제국주의 야욕과 취약한 정권을 지키기 위해 이승만이 저지른 만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당했다.

아름다움 속에 아픈 역사를 품은 제주도에 미국과 한국의 지배자들은 또다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며 평범한 사람들을 위험 속으로 내몰고 있다.

또 다른 4.3, 피맺힌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이 같은 시도를 좌절시키는 것이 산자의 몫이리라.

올해 4.3항쟁 65주기를 맞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제주 4.3항쟁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진상조사가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