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우파 정부를 비판·견제하라고 노동자들이 뽑은 국회의원을 멋대로 쫓아내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봉투 전당대회’, ‘차떼기 대선자금’ 등 온갖 부패와 추문의 장본인들이 누구를 심사하겠다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본회의장에서 누드 사진을 검색하고, 온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심재철이 얼마 전까지 국회 ‘윤리위원’이었다는 점만 봐도 자격심사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자격심사가 ‘사상 검증이 아니라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관한 것’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사건’이 알려지기 전부터도 이미 통합진보당을 ‘종북’으로 매도해 왔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떠들어 온 것이다.

게다가 검찰은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까지 강탈하며 ‘먼지털기’ 식으로 통합진보당을 수사했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기소할 증거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억울하다면 이번 자격심사를 통해 시빗거리를 풀”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돕고 나서자 기가 산 새누리당 일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까지 해야 한다고 날뛰고 있다.

우파가 이처럼 마녀사냥에 혈안이 된 진정한 이유는 휴전선 너머 북한 때문이 아니다. ‘총풍’ 사건이 보여 주듯, 필요할 때는 북한 지배자들과 기꺼이 거래를 하는 저들이 마녀사냥으로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

‘낙마 정국’을 거치며 위기로 치닿던 박근혜는 ‘종북’이라는 카드로 균열을 메우며 우파를 재결집하려 한다. ‘안보’를 내세우는 마녀사냥에 민주당을 끌어들여 정국 주도권도 되찾으려고 한다.

그동안 진보 의원들은 생생한 폭로로 지배자들의 더러운 치부를 들쳐내 왔다. 이석기 의원이 CIA 의혹을 제기해 박근혜의 ‘히든 카드’ 김종훈을 낙마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게 우파의 생각일 것이다.

이처럼 진보 의원들이 마녀사냥으로 쫓겨난다면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의 요구를 담은 법안을 발의하고 제출할 길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저들의 마녀사냥은 단지 진보 의원들에 국한하지 않고 진보운동 전체를 겨냥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주도하거나 연대해 온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반값 등록금 운동,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한미FTA 반대 운동 등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우파가 통합진보당을 마녀사냥 하는 진정한 까닭은 그들이 우리 운동의 일부기 때문이다. ⓒ이윤선

원장님 말씀 

국정원은 ‘종북 척결’을 내세우며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노총, 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반대하는 운동도 “어디로부터 지령을 받은 듯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다며 공격했다. 최근 대법원은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전교조 교사를 향해 다시 국가보안법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금융권 전산망 해킹까지 일단 무작정 북한 소행으로 몰며 진보진영을 공격하려고 골몰한다.

이런 공격을 통해 저들은 진보의 분열을 노린다. 진보진영이 스스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말할 자격도 없는 종북’을 솎아 내라는 것이다. “종북좌파 척결 방법으로 … 내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정원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이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진보가 ‘레드 컴플렉스’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진보 내 ‘종북’ 때문이 아니라, 국정원과 보수언론 그리고 이 나라 지배계급의 마녀사냥 때문이다.

따라서 정파를 초월해 마녀사냥에 맞서고 ‘종북’ 프레임을 거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진보정의당과 진보신당, 민주노총은 물론, 많은 개혁주의 단체와 좌파 들이 자격심사에 반대하는 논평·성명조차 내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당수는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건’에 대한 기억 때문에 자격심사를 선뜻 반대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경선 부정은 지금 마녀사냥의 빌미일 뿐이다. ‘1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은 것보다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이 자격을 심사받을 일인가’ 하는 민주당 청년비례 의원 김광진의 말은 그런 점에서 옳다.

통합진보당의 북한에 대한 태도도 그들을 방어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20세기 초 독일의 혁명가 칼 립크네히트의 말처럼 “주적은 국내에 있다.” 북한에 대한 정치적 지향보다 남한 지배계급에 맞선 운동에서 한 구실로 그를 방어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마녀사냥에 맞서 무조건적으로 통합진보당을 방어해야 한다. 이것이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정치적 입장과 문제점까지 무비판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위해서도 방어를 우선해야 한다.

이미 진보운동은 2008년,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된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제명하라는 우파의 마녀사냥 앞에 분열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당시 분열로 민주노동당은 ‘종북’이라는 딱지를 달게 됐다. 마녀사냥에 동요하다가 민주노동당을 떠난 세력 역시 오늘날 몇 갈래로 나뉘어 당시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작아졌다. 이것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운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작은 차이에 사로잡혀 등 돌리는 민주·진보 진영의 침묵이야말로 역사를 후퇴시킵니다. 부당한 자격심사와 시대착오의 색깔론 공격을 함께 막아내 주십시오” 하는 통합진보당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