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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법정에서 느낀 것:
‘비참한 사람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법과 질서”

나는 쌍용차 관련 재판에 방청을 하러 갔다가 이른바 “잡범”들의 재판을 보게 됐다.

첫째 피고인은 만화책 6권을 훔치려 해서 기소됐다. 검사는 벌금 1백만 원을 구형했다. 둘째 피고인은 5만 원을 훔친 사람이었다. 그도 벌금 1백만 원이 구형됐다. 셋째 피고인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신호를 위반해 행인을 친 사람이었다. 그는 사고 직후 119에 전화해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시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근처 경찰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검사는 벌금 2백만 원을 구형했다.

나는 그들의 행위에 견줘 검사가 구형하는 벌금이 너무 과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즘 박근혜 정부가 보여 주고 있는 ‘부패 경연대회’와 ‘낙마 쇼’에 대면 그들의 ‘범죄’는 너무나 작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연일 터지는 장·차관 후보들의 비리를 보면, ‘인사 청문회 장소 앞에 경찰을 배치해 바로 체포해야 할 지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세금 탈루, 직위 남용 축재 등을 저지른 자들은 제대로 된 조사도 받지 않고, 온갖 추문의 판도라 상자인 ‘별장 게이트’ 수사는 너무 더디다.

피고인 세 명 모두 과중한 벌금 때문에 스스로 ‘비참한 사람들’이 됐다. 그들은 판사를 올려다보며 지병과 금전적 어려움을 감안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판사는 기계적으로 구형된 벌금의 반액으로 선고를 내릴 뿐이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검사는 권위적이기 짝이 없었다. 중간에 말을 자르고 비아냥대며 피고인의 최후진술을 방해했다. 과연 그 검사는 부패 의혹이 30개가 넘는 이동흡과 김병관 같은 자들 앞에서도 그렇게 이죽댈 수 있을까?

나는 이런 부조리를 보며 숨이 막히고 열이 받았다. 박근혜 정권의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핵심 주체인 검찰은 평범한 사람의 작은 잘못 앞에서는 정의의 사도인 척하며 거품을 물고 단죄를 외친다. 그러나 부자와 고위 관료의 어마어마한 부정부패 앞에서는 그것을 정당화할 법 구절을 찾기에 바쁘다.

이 자들은 빵 한 덩이 훔친 장발장의 얼굴에 침 뱉기 좋아하는 부패한 프랑스 왕정의 앞잡이들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