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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위해 생명을 짓밟는: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하라

경남도지사 홍준표가 4월 3일 진주의료원 휴업 조처를 내렸다. 4월 12일에는 도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폭력적으로 날치기하기까지 했다. 갈 곳 없는 가난한 환자들의 등을 벼랑 밑으로 떠미는 것이다. 또, 그들을 돌봐 온 노동자 수백 명에게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떠나라는 것이다.

이런 무자비한 태도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은 ‘돈보다 생명’을 외치며 굳건하게 병원을 지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해 많은 노동자와 사회단체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있다.

진보정당들도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경상남도의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진보정의당 지도부와 당원들도 도의회 안팎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는 ‘진주의료원 살리기 대책위’가 출범했다. 지금 진주의료원을 지키는 투쟁은 공공의료를 지키고 공공부문 민영화(사영화)에 맞서는 투쟁의 최전선이다.

“착한 적자”

홍준표는 처음에는 ‘적자’를 문제 삼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복지 지출마저 아깝다는 것이다.

진주의료원의 연간 적자 규모는 경상남도 전체가 진 빚의 1퍼센트도 안 되는 데 말이다.

더구나 필수 공공서비스의 적자는 “착한 적자”이자 복지 지출이다.

“철도공사도 한 해 적자가 수천억 원입니다. 서울 지하철과 버스도 한 해 적자가 수천억 원씩 납니다. 홍준표 도지사 말대로면 이런 것도 다 운행 중단해야 합니까?”(박태만 철도노조 부위원장)

홍준표의 이런 행태는 박근혜 정부가 약속해 온 ‘복지 확대’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당선인 시절 박근혜는 “복지의 기본 전제는 누수 부분을 철저하게 막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홍준표는 지금 진주의료원이 바로 그 구멍이라며 폐쇄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홍준표가 끝내 폐업을 강행하면 정부가 진주의료원을 국립병원으로 만들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윤선

박근혜가 선별적 복지를 고집했듯이 홍준표는 무상 복지를 “사회적 약탈 행위”라고 비난한다.

무엇보다 박근혜와 홍준표는 공공부문을 사영화해 기업들에 시장을 제공하고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는 뜻을 같이 한다. 특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켜야 한다는 데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적 야심이 있는 홍준표가 박근혜 취임 이튿날 서둘러 진주의료원 폐쇄를 발표한 것은 이처럼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복지 먹튀’에 불만이 큰 상황에서, 홍준표의 시도는 ‘“공공병원 활성화”라는 박근혜의 공약을 정면 부정한 격’이라는 비난과 집권세력 내부의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대중적 반발이 클 뿐 아니라 지배자들 내부의 균열까지 벌어지자 홍준표는 ‘강성 귀족노조’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노동조합을 마녀사냥 해 우파를 결집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되고 8개월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귀족’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검사, 국회의원, 여당 대표 등을 거쳐 도지사가 된 홍준표야말로 진짜 귀족이다. 억대 연봉을 받고 신고한 재산만 27억 원인 홍준표는 지금 진주의료원에 있는 환자들을 만나본 적도 없다.

이런 자가 지역 주민의 복지를 삭감하고 환자들을 병원에서 내쫓으려 할 때 이를 막아설 노동조합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는가. 4월 6일 진주의료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은 “악질 도지사를 이기려면 우리가 강성이 돼야겠다” 하고 결의를 다졌다.

노동자 자르고 돈벌이 하는 ‘정상화’는 안 된다

홍준표가 강성노조라며 근거로 댄 것들도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 인사(해고, 전보)와 경영(임금, 노동조건)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노동조합을 없애라는 말과 다름없다.

대부분 지역 주민인 노동자들의 가족에게 진료비 일부를 감면해 준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더 많은 주민들에게 확대 적용해야 할 일이다.

‘인력이 너무 많다’는 비난도 기가 막힌다. 환자를 간호·치료할 인력이 충분한 것은 문제일 수 없다. 진주의료원은 앞장서서 의료의 질을 높이고 있는 것이고 홍준표는 이를 문제 삼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 등이 폐업에 반대하면서도 이런 논리를 일부 공유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민주당 내에서 폐업에 가장 적극 반대하는 김용익 의원도 “강성노조가 문제면 … 직원을 다 내쫓고 새 사람으로 들이거나 … 월급을 깎던가, 수입을 올리는 방법을 찾던가” 하고 말한 바 있다.

〈한겨레〉는 민간병원과 다를 바 없이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로 수익성을 올린 지방의료원들을 진주의료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한다.

이는 노동자 공격에 문을 열어주는 것이며, 공공병원을 질 낮은 서비스와 기능 축소의 악순환에 빠뜨리는 것이다. 의료와 서비스 질이 나빠질수록 공공병원을 지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공공병원 ‘활성화’가 뜻하는 바도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은 폐업을 안 하는 대신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해서” 해결하자며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홍준표로서는 결국 진주의료원을 폐쇄하지 못해도, 그런 협박을 지렛대로 노동자 공격(인력 감축, 임금 삭감)에 성공하면 그것도 나름 의미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이런 논리와 공격을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막고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것은 중요하다.

날치기까지 불사하는 홍준표가 끝내 폐업을 강행해도 우리는 진주의료원을 국립병원화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강력한 투쟁과 연대를 건설해서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아 낸다면, 이것은 박근혜 정부 초반에 우리 편이 거둔 소중한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기층의 보건의료 노동자들 속에서 이런 목소리와 연대를 건설할 좌파 활동가들의 구실도 중요하다.

이미 집권세력 내부에 ‘제2의 희망버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균열을 낳고 있는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은 고통전가에 맞선 더 많은 투쟁에 자신감을 주고 있다. 이것은 그리스, 스페인, 영국 등 긴축과 병원 사영화에 맞서 싸우는 전 세계 노동자 투쟁의 일부이기도 하다.

더 크고 강력한 기층에서의 투쟁과 연대를 건설해서 홍준표가 ‘무상급식 공격하다가 몰락해 버린 오세훈’의 뒤를 따르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