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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행사는 도와주고, 진보적 강연은 탄압하는 이화여대의 이중잣대:
학교는 동아리연합회장 징계 시도 중단하라!

이 글은 4월 23일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이화여대모임이 발표한 성명이다.

이화여대 당국이 진보적 포럼 개최를 공간 사용 불허로 탄압한 것도 모자라, 이에 정당하게 항의했던 홍석영 동아리연합회장를 징계를 위한 사전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초,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실천위원회(이하 사노위) 소속 이화여대 학생들은 소속 단체 주최로 새내기 맞이 정치 포럼을 우리 학교에서 개최하려고 했다. 이 행사는 사노위 이대모임이 주관하고 제 30대 동아리연합회가 후원 했다.

그런데 학교는 명백히 이화여대 학생들이 여는 행사임에도 ‘외부단체 행사’라며 공간 사용을 불허했다. 사노위 이대모임과 동아리연합회는 부당한 학교의 처사에 반발하며 예정된 장소에서 포럼을 열었다. 포럼이 열리면 대단한 문제라도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학교 측의 ‘우려’와 달리 행사는 문제 없이 진행됐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포럼 마지막 날, 강연장으로 찾아와 학생들을 막무가내로 내쫓고 행사를 방해했다.

포럼이 끝난 지 한 달이 더 지난 4월 18일에는 학생 징계를 담당하는 ‘중앙지도위원회’가 홍석영 동아리연합회회장에게 공문을 보내 당시 사건의 경위서를 요구했다. 이는 징계를 위한 수순이다. 진보적 행사를 방해한 것도 모자라 정당하게 항의한 동아리연합회장에게 징계의 칼까지 들이밀려는 것이다.

기업은 도와주고 학생 행사는 탄압하고

학교가 장소를 불허하는 방식으로 학내 진보 단체들의 행사를 탄압해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이대모임도 이화여대에서 10년 가까이 열어온 ‘대학 마르크스주의 포럼’을 위해 공간을 빌릴 때마다 학교의 방해 때문에 온갖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학교는 “외부단체 행사여서 안 된다” “사용하려면 대관료를 내야한다” “정식 등록된 동아리가 아니다” 등 갖가지 이유를 댄다. 그러나 이는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학교는 외부단체와 연계된 행사는 ’기물이 파손되고,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명백히 이화여대 학생들이 주도하는 진보적 행사에 딴지를 건다.

그러나 학교는 공간문제에서 늘 한 입 가지고 두 말 했다. 정문은 학생들에게는 대여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얼마 전 국민은행은 버젓이 정문에 부스를 차리고 큰 규모의 홍보행사를 벌였다. 학문관 소극장이나 포스코관 지하1층, ECC 등에서 매일같이 진행되는 기업 설명회는 학교가 보장해주는 ‘외부행사’다. 외부인이 온다고 다 ‘위험한 외부행사’면 학교가 개최하고 보장해주는 수많은 기업 행사나 외부인 초청 행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심지어 ‘김앤장’같은 한국 재벌과 다국적기업들의 기득권을 변호하는 법률 기업도 학교 안에서 공간을 사용하는데,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며 사상과 학문을 교류하는 진보적 포럼에 대해서는 강연장까지 찾아와 뜯어 말리는 학교의 태도는 완전한 이중잣대이자 지성의 전당을 자처하는 대학이 할 일이 아니다.

학교는 공간 장사꾼?

학교가 학생들의 행사를 방해하고 무산시키기 위해 꺼내드는 최후의 무기는 ‘돈’이다. ‘외부단체 연계행사’는 터무니없이 비싼 대관료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대관료는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180만원에 달하기도 하는데, 이는 돈 많은 기업이 아니면 사실상 빌리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기적으로 공간이 필요한 공연 동아리들도 오래전부터 냉난방비 명분의 돈을 요구 당해왔다.

한 학기 4백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받고도 동아리방 하나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콩나물시루 같은 대형 강의와 극심한 수강신청 경쟁은 외면하면서, 학생들이 공간을 빌리는 데까지 돈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학교는 수천억의 적립금을 쌓아둔 것도 모자라 학생들에게 ‘공간 장사’까지 하려는 것인가? 최근 서울대학교에서는 심지어 동아리방 사용료를 요구하기도 했다니, 우리에게도 먼 미래 일이 아닐 수 있다.

수억 탈세 교수에겐 ‘소득세법’ 수업을, 진보적 학생에게는 징계를?

이번에 중앙지도위원회는 ‘학생 징계 규정’을 근거로 홍석영 동아리연합회장의 징계 사전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규정은 2006년에 개정될 때부터 ‘이화보안법’으로 불렸다. 징계 규정에는 “학교건물 점거” “학교 또는 학교 구성원 명예 훼손” “기타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위” 등 학교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진보적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에겐 징계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뒤로는 사회 고위층의 부패를 눈감아주거나 그 일부가 되어왔다. 최근에는 학교가 이화여대를 다닌 윤병세 현재 외교부 장관의 딸에게 ‘가계곤란장학금’이라는 명목의 납득하기 어려운 돈을 쥐어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억 탈세 비리 의혹으로 박근혜 정부 인사에서 낙마한 한만수를 무려 ‘소득세법’ 강의 교수로 임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일에는 침묵하면서, 학생들이 포럼 개최를 위해 공간을 사용한 일에는 징계로 협박하는 학교의 태도는 정말 위선적이다.

학교는 이번 동아리연합회장 징계를 계기로 자치권 탄압에 저항해 온 다른 학내 단체들을 겨냥해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러나 오히려 학교의 탄압 시도와 위선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학생 자치 활동 탄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여 끝까지 연대하고 싸울 것이다.

우리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이대모임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홍석영 동아리연합회장에 대한 징계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탄압과 방해 중단을 약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