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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안전·공공성을 위해:
철도 사영화를 막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 방안 발표를 앞두고, 진보진영의 대응 태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5월부터 지역별 농성과 전국 집중 결의대회 등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KTX민영화저지서울지역대책위도 최근 토론회를 열고 반대 운동 건설에 착수하기로 했다.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인 박근혜 철도 사영화는 요금 인상, 대형참사, 인력감축 등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무너뜨린다. 올해 초 KTX민영화저지서울대책위 출범 캠페인. ⓒ이미진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제2공사화, ‘민·관합동’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광범한 민영화(사영화) 반대 여론에 부딪혔던 만큼, 포장지는 갈아 끼면서도 확실한 효과를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듯하다. 즉, ‘경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하고, 요금 인상이나 벽지노선 폐지를 꾀하는 등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제2공사화는 그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서울메트로·도시철도 분리에서 보듯 안전 위협, 인력 감축 등의 폐해를 낳을 수 있고, 철도 사영화로 이어질 통로 구실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메트로의 분리는 9호선을 사영화할 토대를 만들었고, 한국공항공사에서 분리된 인천공항은 이명박 정부 내내 사영화 압력에 시달렸다.

국토교통부가 4월 초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새롭게 거론한 ‘민·관합동’은 그 자체로 사영화를 뜻한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사용되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방식인데, 공기업의 소유나 운영에 사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한국의 민자도로나 지하철 9호선,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수서발 KTX의 ‘운영권 임대’도 PPP의 한 사례다.

물론, 정부는 수서발 KTX의 지분 절반 이상을 공기업에 주거나 철도공사 관료 출신들을 임원에 앉혀, 이른바 ‘관 주도의 민·관합동’으로 치장할 수도 있다.

5무

그러나 사기업도 상당한 지분을 갖게 될 것이고, 이에 상응하는 수익도 보장받을 것이다.

예컨대, PPP 방식으로 건설된 부산김해경전철이나 의정부경전철은 현재 공기업들이 위탁 운영하고 있지만, 다수 지분을 소유하거나 투자금 회수를 노리는 사기업의 이윤 보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안전과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경전철들은 ‘5무(無)’로 불리는 무인운전, 무인매표소, 무역무원, 무역장, 무분소로 악명 높다. 이런 완전 무인시스템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시민 안전을 볼모로 잡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수도권 첫 경전철로 각광받던 의정부경전철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눈만 오면 멈춰 서는 이 ‘고장철’은 지난겨울에만 5차례 넘게 정차 사고를 냈다. 그때마다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려 진땀을 빼며 “아파트 5층 높이의 고공 선로”를 걸어야만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만취한 승객이 비상탈출 핸들을 움직이는 바람에 18대의 전동차가 한꺼번에 멈춰 서기까지 했다.

만약 이런 사고가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철도 사업에서도 지난 20여 년간 시장화 조처들이 확대돼 왔다. 특히 2003년에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철도공사화는 수익성 위주의 철도 운영을 강제하는 구실을 했다.

이는 사영화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시설(시설공단)과 운영(철도공사)의 ‘상하분리’도 향후 분리 매각의 기반을 만들어 줬다.

이명박 정부는 바로 이런 토대 위에서 사영화에 재시동을 걸 수 있었다.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사기업들의 이윤 확보처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쟁체제 도입’도 그 연장선에 있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적자노선 폐지, 요금 인상, 대형참사, 완전한 상하 분리, 인력감축 등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무너뜨리려는 악랄한 시도다. 철도 노동자들은 물론, 진보진영 전체가 나서 이를 막아야 한다.

민영화와 사영화(私營化)

민영화는 공기업 매각이 더 민주적인 운영 방식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정부와 지배자들이 먼저 사용한 단어다.(민주, 민생 등을 떠올려 보라.)

그러나 2008년 촛불항쟁 때 그 폐해가 널리 폭로되면서 민영화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커졌다. 이 때문에 정부조차 민영화라는 말을 피하고 ‘경쟁 도입’, ‘선진화’ 등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수서발 KTX 운영권을 제2공사 등에 넘기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단어를 좀더 엄밀하게 사용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앞으로 〈레프트21〉은 민영화 대신 ‘사영화’를 사용하고자 한다. 사유화가 아니라 사영화를 쓰는 이유는, 법적으로 소유권을 매각하는 경우뿐 아니라 수서발 KTX, 서울 지하철 9호선의 경우처럼 정부가 운영권만 매각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통제권을 사기업에 넘기는 것이므로 이를 포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