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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전국철도노동조합 정책팀장:
“‘민·관합동’은 민영화로 가는 급행열차”

정부는 효율성을 높이려면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얘기했었죠. 사회적 반감에 부딪혀 정부 논리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제2공사화’를 말한 거죠.

그런데 제2공사를 통한 경쟁체제 구축은 정부가 늘 말하던 ‘비효율적’ 공기업을 또 하나 만드는 자가당착 논리입니다. 출발부터 공사 설립 비용 수천억 원이 필요해 중복 투자성 낭비가 커지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민·관합동’ 방식을 내놓은 것은, 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없애면서 민간 영역을 도입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오래된 방식인데, 정부가 보유한 자산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민영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도 공공성 유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의 진출을 늘리는 조처입니다. 민·관합동을 하면, 철도 산업에 민간 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거든요. 그리고 경부선과 호남선 같은 핵심 노선에 민간 기업이 들어오는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결국 주요 간선 노선이 민영화의 급행열차를 타게 되는 것이죠.

블라인드

그런데 이 과정이 성공할까요? 저는 오히려 한국 철도 발전을 왜곡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철도 산업은 그 특성상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죠. 철도는 효율성을 발전시켜야 할 산업이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민·관합동, 이름하여 ‘제3섹터’를 도입했는데, 특수한 배경이 있었어요.

일본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많은 지역 노선이 적자를 이유로 폐쇄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이 침체하고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고, 지자체들이 위기감을 느낀 거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지자체가 돈을 대고 민간이 경영하는 반민·반관을 도입한 겁니다. 그 노선들은 대부분 주요 노선이 아니라 지선 위주였어요. 만약 이런 모델을 경부·호남선에 도입하면 한국 철도 네트워크의 효율성은 철저히 악화될 겁니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대고 지자체들이 민간에 입찰을 붙여 운영권을 부여했어요. 소유권은 지자체에 있으니, 이것도 반민·반관일 수는 있죠. 그러나 이 방식도 지방노선과 지자체 관리 노선에만 적용돼요. 독일과 프랑스의 주요 간선은 공영입니다.

수서발 KTX 개통이 중요한 이유는 공급 부족이라는 한국 철도의 핵심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인데, 민간 기업이 진출해 수서발 KTX가 분리되는 순간 이 문제를 해결할 키가 없어집니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민영화 위에 블라인드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에요.

결국 정부가 늘 요구한 코레일 경영 개선은 힘들어질 겁니다. 민간 기업이 알짜배기 수익을 다 가져갈 테니까요. 정부는 경영 실적 개선을 빌미로 철도공사를 압박할 것이고, 그 뒤에는 완전히 민영화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