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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개혁, 어떻게 돼야 하는가?

사법 개혁, 어떻게 돼야 하는가?

강동훈

대다수 사람들은 한국의 사법제도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에 법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7퍼센트가 형사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것은 오랜 역사적 경험에서 나오는 정당한 평가다. 일제시대와 독재정권을 지나는 동안 검찰과 법원은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리고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권위주의적 방법으로 지배를 강화해 가던 때 사법대학원제도가 사법연수원제도로 바뀌면서 사법제도의 관료주의는 더욱 확고해졌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현재의 경험과 결합되면 더욱 분명해진다. 여전히 부자들과 정치인들의 범죄는 가볍게 처벌받거나 잡혀도 곧 풀려나기 일쑤다.

반면에, 검사가 피의자를 위압적으로 대하고 심지어 고문을 해도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어려운 법조문 앞에서 기죽을 수밖에 없다. 비싼 돈을 들여 변호사를 구해도 이들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기 어렵고 좋은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전관예우를 이용해야만 한다. 이러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괜한 말이 아니며, 판사·검사·변호사가 모두 한통속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중의 불신과 ‘국제적 수준’으로 사법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사법 개혁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사법 개혁 논의는 크게 사법 과정에 시민참여, 로스쿨 도입을 통한 법조인 수 증대, 법관과 검사 임용방법 개선, 피의자의 인권 보호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배심제 도입을 통한 시민참여는 여러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배심제의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81.3퍼센트가 배심제를 지지했다.

배심제

배심제의 도입은 폐쇄적인 재판과정이 공개되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재판을 진행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럼으로써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전문 법률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법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법 개혁이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법원이나 검찰은 배심제보다는 판사의 영향력이 더 강한 참심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일반 사람들이 합리적 판결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또한 밥그릇 지키기 차원에서 대한변협은 변호사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로스쿨 선발 인원과 변호사 자격시험 통과자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문흥수 판사는 “대법원의 기득권자들은 이번에도 근본적인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법원 내외의 빗발치는 개혁요청을 피하기 위한 시늉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하고 말했다.

물론 배심제의 도입이나 변호사 수의 증가만으로 대다수 사람들을 보호하는 사법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배심제와 로스쿨 제도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여전히 돈 있는 사람들만이 뛰어난 변호사를 살 수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혹독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법제도에 대한 시민참여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를 운영하는 경험을 늘리고 인권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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