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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셰일가스 혁명’이라는 호들갑 뒤의 진실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셰일가스 덕분에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석유와 달리 여러 대륙에 고르게 매장돼 있어 지정학적 갈등이 줄어들고, 청정연료여서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셰일가스 혁명’이다.

셰일가스는 땅속 깊숙이 묻힌 천연가스다. 과학자들은 셰일가스를 19세기 초에 발견했지만, 마땅한 채굴 기술이 없어 그냥 뒀다. 그런데 미국은 채굴 기술을 개발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셰일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대폭 늘었고 미국에서 가스 가격이 내려갔다.

그 때문에 ‘미국의 가스 가격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식의 보도가 국내에 넘쳐 난다. 그러나 이런 비교는 너무 단순하다. 한국은 육로가 막혀 바다를 통해서만 가스를 수입해야 해서 셰일가스가 생산되기 전부터도 미국이나 유럽보다 가스가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가스는 기체여서 석유나 석탄보다 운송이 어려워 운송비가 생산비에 맞먹거나 더 크다. 또한, 가스 수입 단가가 내려가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가스를 민영화(사영화)하면 노동자들에겐 별 득이 안 될 수 있다는 점을 언론은 말하지 않는다.

이런 수준 이하의 보도는 무시하더라도, ‘셰일가스 혁명’에 관한 주장들은 과장이 많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작동 원리를 고려하면 그런 전망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셰일가스가 “미국을 다시 한 번 이 시대의 최강 산업국으로 변신시켜 줄 비아그라”(〈포춘〉)라는 식의 주장을 보자. 이런 주장은 생산원가(가스비) 부담이 줄어 단지 셰일가스뿐 아니라 미국산 물품이 전반적으로 싸지면서, 수출이 늘고 결과적으로 고용도 늘어 미국 경제가 살아나리라는 것이다.

이런 낙관론자들은, 셰일가스 산업이 “수년 안에 꺼질 거품”, “제2의 엔론 사태가 될 것”(〈뉴욕타임스〉)이라는 지적이 지배계급 내에서도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미국 내 셰일가스 매장량 추정치를 반토막 냈는데, 채굴 비용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스비가 내려가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은 1970년대 세계경제 위기가 유가 상승 때문에 일어났다는 주장만큼이나 경제 위기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석유가 가장 싼 편인데도 어째서 1970년대 이후 경제가 침체와 거품 사이를 오갔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미국과 세계의 경제 위기 원인은 자본가들이 투자를 통해 얻는 이윤율이 1970년대 이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기업 부담을 줄여 경제를 살리겠다고 금리와 세금을 낮췄지만 경제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듯이 셰일가스의 효과 역시 제한적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셰일가스를 수출하며 전반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가면, 싼 가스 덕에 미국 기업들이 누리는 우위는 사라질 수 있다. 마치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었어도 그랬듯이 근본에서 원료값 인하는 자본주의가 위기로 빠지는 경향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체제의 근본적 결함이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부르주아지는 생산수단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 … 새로운 것은 정착하기도 전에 낡은 것이 된다”고 썼다. 칭찬하려고 쓴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수단을 혁신한 결과가 경제 위기와 세계 불안정의 요인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었다.

동역학

셰일가스를 둘러싼 각국의 세력 다툼도 세계를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풍부한 천연가스 때문에 중동 석유가 덜 중요해져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항공모함을 파견할 필요성이 15년 안에 사라지게 될 것”(〈슈피겔〉)이라는 주장은 순진한 것이다. 셰일가스 매장량이 중국과 미국에 많아 둘 사이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미국은 석유를 중동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더 많이 수입한다. 그럼에도 중동에 연연하는 가장 큰 까닭은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중국과 유럽 같은 경쟁자들을 견제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하는 천연가스는 대부분 미국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석유와 가스(카타르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이다)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여전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제국주의 갈등은 석유 때문만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이라는 자본주의 동역학에서 비롯한 것이다. 셰일가스는 이런 틀 속에서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을 포위하려고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오바마 정부가 일본에 예외적으로 셰일가스를 수출하겠다는 것 등은 그런 움직임으로 보인다.

반면에 중국과, 막대한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해 온 러시아는 기술 부족과 지리적 차이 때문에 미국만큼 셰일가스를 개발하지 못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셰일가스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은 셰일가스에 반대하고 많은 유럽 나라들은 법으로 개발을 금지한다.

셰일가스 채굴 기술의 핵심은 땅속 깊숙이, 그리고 수평으로도 멀리까지 수많은 화학 물질과 막대한 물을 주입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돼 인근 주택 수돗물이 불붙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영업 비밀이라며 무슨 약물을 썼는지도 밝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셰일가스는 최악의 화석연료인 석탄보다는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는 이유로 ‘청정연료’라고 불린다. 셰일가스는 채굴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커서 기존 천연가스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데 말이다. 이런 왜곡은 정부가 풍력, 태양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게다가 미국은 셰일가스 공급이 많아지자 석탄을 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을 늘렸다!

이처럼 자본주의 작동 원리 때문에 셰일가스는 경제를 근본적으로 구할 수도 없고, 나라들 사이의 분쟁을 키울 가능성은 높고, 생태계를 더 많이 파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