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다. 또 여러 진보 매체가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언급하고, 관련 서적도 많이 발간되는 등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나 또한 지역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고 평소 협동조합에 막연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편이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스테파노 자마니·베라 자마니 지음, 송성호 옮김, 북돋음)를 읽어 봤다.

책을 읽기 전, 협동조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현재 체제 내에서 일반 기업들과 경쟁해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망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이윤 논리와는 다른 대안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도 다소 회의적이었다. 몬드라곤 공동체와 같은 성공 사례가 존재하고, 설사 성공하지 못해도 사람들에게 대안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하고 관심을 두긴 했지만 말이다.

책을 읽고 난 후, 협동조합의 한계가 더욱 분명히 느껴졌다. 무엇보다 저자 스스로 협동조합이 대안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협동조합이 시장을 대체할 대안이 아니라 기업이고, 협동조합을 잘 운영하려면 호혜적, 공익적 가치 말고도 기업가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기존의 기업들과 함께 공존하고, 시스템 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뜻과 취지가 좋은 협동조합 몇 개가(혹은 수만, 수백만 개가) 생긴다고 해서 삼성과 현대의 착취와 못된 짓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저자는 지금 이 체제와, 기존의 기업과 함께 가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로 노동자들이 철탑에 올라가고, 경제 위기로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 순 없다며 자살하는 끔찍한 현실과 야만을 외면하는 듯 들린다.

긍정적인 협동조합 사례들이 더욱 많아지면 기업들 스스로 인간적이고 사회 협력적인 태도로 변한다는 순진한 발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협동조합의 약점으로 성장을 위해 겪는 정체성 혼란과 협동조합 고유의 속성을 놓칠 위험을 꼽는다. 이를 막고 협동조합을 더 확산하려면 교육을 통해 협동조합의 긍정적 인식을 알리고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사회구조에 접목하기?

그리고 공상적 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언 등의 실험은 기존 자유경쟁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했기에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협동조합이 성공하려면 기존의 사회구조에 접목해 그것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과 법·제도가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주류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또 오언이 실패한 이유는 체제 밖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부 선한 지배자·지식인 들에 의해 사회주의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체제에 도전하지 않고서 기존 시스템에 접목·보완하겠다는 접근은 결국 체제 내에 녹아들고 동화될 뿐이다.

한국에서 잘 되고 있다고 알려진 협동조합·생협이 실제로는 경쟁과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활동가들의 ‘자발적 착취’로 돌아간다고 한다. 게다가 이 책이 말하는 협동조합의 목적(체제 내에서 보완적 구실) 등을 보면, 협동조합으로 시장의 무계획성과 이윤율 저하 경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본주의 내의 모순과 야만을 끝내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