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주의에서 부동산 거품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은 용산 개발이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던 30조 원 규모의 용산 개발 사업은 최근에 결국 파산했다. 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코레일, 국민연금, 삼성물산, 서울시 SH공사 등은 손실 1조 원가량을 서로 분담해야 하는 처지다.

이번 사태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업무용 빌딩 중 하나인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떠오른다. 이 빌딩은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1929년에 설계돼 1931년에 완공됐다. 그러나 대공황으로 입주하려는 기업이 없어 당시 이 빌딩은 엠프티(empty: ‘텅 빈’이라는 의미) 스테이트 빌딩으로 불렸다. 

이 사례들은 경기 호황기에는 합리적이고 앞날이 밝아 보이던 사업이나 투자가 불황기에는 맹목적 투자나 거품이 되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경제 위기는 호황기 때 형성된 온갖 환상과 기대와 광기를 고통과 절망과 두려움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갑자기 붕괴가 일어날 때까지는 사업은 항상 매우 건전하며 극도로 번영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거품이라는 용어는 경기순환의 광기 국면에서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표 사례가 역사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남해회사다. 1720년 남해회사 주식의 가격은 단 몇 달 사이에 10곱절로 뛰었다 도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절망한 사람들의 자살이 줄을 이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거품이라는 말이 비합리적 행동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경제 변수의 모든 변동을 항상 완벽하게 파악해 대응하므로 “모든 정보는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견실하던 기업이 자산 가치 폭락으로 하루아침에 부도 위기에 몰린 사례는 숱하다. 용산 개발 파산 때도 1천7백48억 원을 투자해 지분 15퍼센트를 보유한 롯데관광개발이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이런 사례는 주류 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사실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도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며 시작됐다. 집값이 오르리라 기대해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이 있었고, 대출금 이자가 제대로 걷히리라 기대해 증권을 발행한 금융기관이 있었고, 이 증권의 수익성이 높으리라 기대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있었다. 과음한 다음 날 아침 숙취로 고생하듯, 부풀려진 가치가 쪼그라들면서 생긴 손실을 부담하는 과정이 6년째 지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2007년 이전 주택 담보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 부채가 급속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 위기로 집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고, 대출금 이자 부담으로 ‘하우스 푸어’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오늘날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는 1백36퍼센트고, 명목 GDP 대비 가계 부채는 81퍼센트로 재정 위기가 심각한 스페인(85퍼센트)에 버금간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거래나 원금의 몇 배를 벌게 해 준다는 사기성 짙은 투자 유치뿐 아니라 합리적 판단을 기초로 했다는 ‘정상적’ 투자조차 투기와 거품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말 미국에서 라디오 수신기는 해마다 1천5백만 대나 생산됐지만 수요는 4백만 대에 지나지 않았다.

신용과 가공자본

동아시아 위기가 시작된 1997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있는 자동차 생산 설비의 3분의 1이 과잉 투자된 것이었다.

자본주의 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투자의 과잉이 나타나는 것은 생산이 무계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현재의 수익성을 보며 미래의 수익을 예측하고 공장을 짓고 설비를 갖추는 등 투자를 집행하지만 투자 자체는 이윤율(투자 대비 이윤)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은 이윤율을 더욱 낮춘다.

자본가들은 이윤율이 하락하면 대출금 상환 압박을 더 많이 받는다. 또,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생기는 유휴 자본은 낮은 이윤율 때문에 산업 생산에 투자되지 않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거래에 몰린다.

마르크스는 거품과 투기가 왜 발생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시했다. 신용제도의 구실과 가공자본의 작동 원리가 그것이다. “신용제도는 생산력의 물질적 발전과 세계시장의 형성을 촉진”하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모순의 격렬한 폭발 — 공황 — 을 촉진하고 이리하여 낡은 생산양식을 해체하는 요소들을 강화한다.”

마르크스는 오늘날 금융자본이라 불리는 가공자본이 원래는 미래 수익에 대한 청구권이지만, 가공자본이 현실의 자본을 구성하고 있다는 환상이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가공자본 소유권의 시장가치는 그것을 소유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양과 확률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가공자본에는 투기적 요소가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의 도움으로 가공자본이 거대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산업 생산의 이윤율이 낮아지면 이 자본은 수익을 찾아 다른 곳으로 투자된다. 역사를 보면 희귀종 튤립 알뿌리, 금, 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곳이 그런 투자처였다. 그러나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상황은 급반전한다. 신용이 갑자기 중단되고 현금만 통용되는 상황이 닥치면, 풍부한 듯하던 자본이 말라 버리고 금리가 치솟는다.

이런 일들이 최근 6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 현재의 위기는 신용이나 금융의 문제로 보이지만 가공자본이 얻는 수익의 궁극적 원천은 산업자본의 이윤(또는 잉여가치)이다. 즉, 금융은 항상 실물경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주류 경제학은 이런 점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와 투기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경제사가 찰스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굿모닝북스)에서 광란적 투기와 거품 붕괴 같은 사건들이 자본주의 역사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마르크스는 그런 일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이 된 용산 개발 파산, 부동산 거품과 가계 부채 증대, 하우스 푸어 급증 등은 산업 생산에서 이윤율이 하락하는 배경에서 일어난 일일 뿐 아니라 더 넓게는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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