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기로에 놓여 있다. 개성공단에서 한국(남한) 노동자가 전원 철수하고,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2003년 개성공단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남북 간 비상통신선까지 끊겨서 ‘남북이 깜깜한 절연 상태로 40년 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 사태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은 일제히 북한을 비난하고 있다. 박근혜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통행을 차단하고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며 “[북한이 합의를 깬]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왕래가 끊긴 남북출입사무소 미국 제국주의와 박근혜의 대북 압박이 상황을 갈수록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 ⓒ이윤선

새누리당과 우파 언론들도 “개성공단의 출입 제한과 근로자 철수를 먼저 시작한 건 북한”이라며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주문한다. 〈한겨레〉조차 “일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말한다.

일차적 책임

그러나 개성공단 휴업 사태의 진정한 책임은 미국과 박근혜 정부에 있다. 현 사태는 올해 내내 계속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 공격과 점령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을 어느 해보다도 강도 높게 진행했다. 핵폭격기와 핵잠수함을 총동원해 북한 핵 공격 연습을 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국방장관 김관진은 “(개성공단 인질 억류)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적 조치를 할 것”, “5일 이내에 적 전력의 70퍼센트를 궤멸” 등의 위협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실제로 2010년부터 미국과 남한이 ‘개성공단 인질 구출 작전’ 훈련을 해 왔다는 것이 폭로됐다.

이 훈련에는 아파치 헬기와 특수작전용 헬기 등 미군 장비가 대거 동원된다. 3월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한미 공동국지도발 대비계획’에도 ‘개성공단 억류 사태’가 포함됐다.

인질 구출 작전

이에 북한은 “괴뢰군부 패거리들이 그 무슨 ‘억류사태’니 ‘인질구출’ 작전이니 하면서 개성공업지구에 미군 특공대까지 끌어들여 이 지역을 전쟁 발원지로 만들려고 분별없이 날뛴”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박근혜였다. 박근혜는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는 대화(실무회담)를 하자면서 하루 말미를 주고 응하지 않으면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고는 보기 힘든 행태였다.

미국도 박근혜가 개성공단에서 남한 노동자 전원 철수를 결정한 바로 다음 날 “전적인 이해와 지지”를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온 미국과 기다렸다는 듯이 부채질을 해댄 박근혜에게 있다.

그나마 4월 말에 한미 군사 훈련이 끝나면 개성공단 정상화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남한 정부는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새로운 해상 합동훈련을 벌이며 핵추진 항공모함을 부산으로 들여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이 다시 ‘정상화’될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듯하다.

결국 개성공단을 상대로 전쟁연습까지 벌여 온 박근혜 정부와,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우파들이 북한한테 “개성공단을 낭떠러지에 밀어 떨어뜨리는 무모한 시도를 중단”하라고 말하는 건 역겨운 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