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홍준표가 진주의료원을 폐쇄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는 4월 27일에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폐업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폐업도 정상화”라는 궤변도 늘어놓고 있다. 병원을 떠난 환자 중 22명이 죽었는데도 호시탐탐 공공의료 파괴 기회만 노리고 있는 것이다. 

진주의료원 폐쇄는 단순히 진주의료원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준표는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이 추진하려 한 과제를 앞장서 밀어붙이고 있다.

첫째, 진주의료원 폐업을 통해 대중의 복지 확대 열망에 찬물을 끼얹으려 한다. 홍준표는 연간 6조 원이 넘는 경상남도 예산의 1퍼센트도 안 쓰는 진주의료원을 ‘재정 적자’의 주범으로 몰았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4월 6일에 내놓은 ‘서민 무상의료’ 대책도 이 자의 의도를 잘 보여 준다. 이 ‘대책’은 전국의 지방의료원 34곳을 구조조정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그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핵심은 매우 가난한 이들만 지방의료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나머지 대다수 사람들은 비싼 진료비를 내고 민간 병원을 이용하라는 얘기다.

몇 해 전부터 무상복지·보편적 복지가 큰 인기를 얻은 까닭은 빈민뿐 아니라 어지간한 노동자도 비싼 교육비·병원비·보육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건희 손자에게 공짜밥을 주는” 게 핵심이 아니라, 국가가 이건희 같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노동계급 전체의 삶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이런 열망이 너무나 커서 박근혜조차 복지국가를 내세워야 하는 상황을 우파는 크게 우려하고 뒤집고 싶어 했다.

홍준표는 이런 우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박근혜 취임 이튿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홍준표는 “무상·무차별 복지는 … 사회적 약탈 행위”고 무상급식은 “세금 낭비”라고 부르댄다.

둘째,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저항하는 민주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성노조’ 탓이라고 몰아세우는 까닭이다.

홍준표는 광범한 반대 여론 때문에 폐업에 실패하더라도 저항의 무기인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물러서도 결국은 애초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궤변

홍준표를 대리해 협상장에 나온 의료원장 직무대행은 노동자들에게 ‘획기적인’ 안을 내놓으라는 말만 주문처럼 되뇌이고 있다. 이들이 모범 사례로 언급하는 김천의료원은 지자체와 사측의 공격으로 노동조합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저들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 권리 박탈을 수용해야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고 진주의료원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조처는 공공병원 노동자들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내면서 공공의료 서비스까지 악화시킬 것이다.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리고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권리를 지켜야 진주의료원을 ‘정상화’ 할 수 있다. 5월 1일 메이데이 행진. ⓒ이윤선

그러면 공공병원 경영진이 민간병원처럼 환자들을 등쳐 먹는 일에 나서도 노동자들이 저항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은 나중에라도 진주의료원 폐업은 더욱 손 쉬워질 것이다.

이는 쥐꼬리만 한 복지도 줄이고 환자들을 의료 ‘시장’으로 내모는 것을 뜻한다.

이런 공격이 성공하면 기업주·부자 들은 증세 압력을 피할 수 있고 노동자들을 공격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공공병원뿐 아니라 철도·가스·전기 등 공공부문 전체에 대한 공격과 민영화(사영화) 추진도 힘을 얻을 것이다.

잠시 여론의 눈치를 보던 박근혜가 “도민의 뜻’ 운운하며 사실상 홍준표의 앞길을 열어 준 것은 이런 큰 방향에 뜻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박근혜는 요즘 갈수록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던지고 기업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으로 방향을 굳히고 있다.

새누리당도 이에 발을 맞추며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진주의료원법) 개정을 무산시켰다. 진주의료원법은 지방의료원을 폐업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의무화한 것이었다. 새누리당은 진주의료원법을 무산시킨 날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의무화하는 개정안도 내다 버렸다.

무엇을 할 것인가

따라서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싸워 온 것처럼 흔들림 없이 진주의료원을 지켜야 한다. 진보정당들을 중심으로 도의회를 봉쇄해 조례안 통과를 막는 연대 투쟁도 계속돼야 한다. ‘생명버스’ 같은 전국적 노동자 연대도 더 확대돼야 한다.

그러면서 진보진영은 진주의료원의 진정한 정상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것이 진정한 정상화다.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자긍심을 갖고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정상화다.

그럼에도 홍준표가 끝내 폐업을 강행한다면 박근혜에게 진주의료원을 국립화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국립화 요구는 홍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정치적 요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홍준표와 박근혜 모두에 맞선 투쟁을 고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은 민주당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아 내는 과정에서 거듭 한계를 드러냈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민주당의 개정안은 금세 ‘협의’로 후퇴했다. 무상의료·무상급식·무상보육·반값등록금은 아예 민주당의 핵심 정강정책에서 사라졌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해서 노동자들도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을 수용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논리와 선을 그어야 한다.

나아가 진보진영은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을 박근혜 정부의 사영화와 공공부문 공격에 맞선 더 광범한 투쟁의 일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공공의료 사수! 의료민영화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

일시: 5월 23일(목) 오후 1시

장소: 경남도청 앞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를 위한

‘돈보다 생명’버스

주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

* 5월 23일 오전 8시(잠정) 서울 도심에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