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자들과 일부 진보진영은 개성공단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고 상징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남북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경제 협력이 정치·군사적 적대를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남·북한의 격차를 해소시켜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시장친화적 학자들은 시장이 도입되고 경제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면, 국가 간 긴장과 갈등도 사라진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남북 경협이 미국(과 남한)의 대북 압박에서 비롯하는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실 개성공단은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어 왔다.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개성공단 투자가 적극 권장되다가도,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 남북 모두에 상대를 협박하는 카드로 사용되거나 골칫거리가 됐다.

정경분리

그래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도 개성공단 사업 중단 가능성이 대두됐고, 천안함 사태를 빌미로 이명박 정부는 5·24 대북 제재 조처를 내려 개성공단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전면 금지했다.

오늘날 개성공단의 규모가 애초 계획에 훨씬 못 미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소위 ‘정경분리’가 공상적임을 보여 준다. 현실은 “군사문제 해결 없이 경제협력 확대·발전 없다(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은 결코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 당장 중·미 관계만 보더라도 그렇다. 오늘날 중국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중·미 간 경제 의존이 높아지지만 정치적·군사적 긴장과 갈등도 높아지는 걸 보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과 남한 정부의 공조에 반대하는 투쟁을 통해서만 한반도 평화에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