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철도 분할 민영화 계획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5월 23일 이 같은 방안을 발표하고, 추가 논의를 거쳐 6월 중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민간 검토위원회’ 의견이라고 포장했지만, 이미 위원 네 명이 사퇴하며 폭로했듯이 “민간위원회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들러리”다.

국토부는 극구 “민영화”라는 단어를 피했지만,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우선, 신설·적자 노선들에 사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데서 그렇다.

관심이 집중된 수서발 KTX에는 코레일의 지분을 30퍼센트 미만으로 제한하고 경영권을 분리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자 브리핑에서 “민간의 지분 참가 배제”를 말했다지만, 국민연금 등으로 구성된 나머지 지분을 팔아넘기면 금세 민영화로 갈 수 있다. 게다가 공식 문서에는 그런 얘기조차 없다. 최종안에선 사기업을 끌어들일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높은 반대 여론에 꼼수를 쓰는 정부 거듭 눈치 보고 간 보는 정부에 맞서 단결해 싸우면 11년 전처럼 이길 수 있다. 5월 11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KTX 민영화 저지 홍보전. ⓒ이미진

이외에도 국토부는 화물 부문부터 자회사로 전환하는 등 사업별 분리를 확대하고, 간선·지선·KTX 등에 각각 적합한 방식의 ‘경쟁 구조’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종합해 볼 때, 정부의 방안은 철도 사업 전반에 시장의 독소를 집어넣는 것이다. 즉, 철도를 분할해 이윤에 눈 먼 자본의 노름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꼼수를 부리며 수서발 KTX에 대해 말을 살짝 바꿔 떠보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부 안은 이명박 정부 안보다 더 나아간 분할 민영화다.”

국가기간산업 민영화는 “국민적 합의와 동의”에 따르겠다던 박근혜의 말은 역시 사기극이었다. 박근혜는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민영화를 통해 정부 부담을 줄이고 사기업의 돈벌이를 돕는 데 골몰하고 있다. 코레일이 주도하던 용산개발 사업 부도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지렛대 구실을 했을 것이다.

최근 박근혜는 철도 민영화에 반발한 코레일 사장에게서 사표까지 받아 내며, ‘코드 인사’로 관료들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정부는 광범한 반대 여론을 의식해 “공공성이 조화된 독일식 지주회사 모델”을 강조한다. 갈기갈기 쪼개진 민영 기업과 자회사 들을 관리·통제하는 철도 운영 지주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주회사는 분할 민영화를 위한 방편일 뿐이다.

독일에서도 지주회사 설립은 공공성과 거리가 멀었다. 독일에선 정부가 철도 지주회사 지분을 1백 퍼센트 가졌지만, 일반 공기업과는 달리 “민간기업들이 준수하는 기업법·규제 범위 내에서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전환

게다가 독일에서도 지주회사 전환은 각각의 자회사들을 분할 매각하려는 계획하에 추진됐다. 아직 이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지역 단거리 노선이나 화물운송 부문에는 사기업들이 여럿 진출했고, 그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10만 명이 넘는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이어졌고, 노동자들은 지금도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으로 고통받는다. 이것이 시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의 지주회사 설립 방안은 독일과 다르게 주요 간선에 사기업의 참가를 보장하는 직접 민영화로 가고 있다. 따라서 대형 참사, 요금 인상 등으로 악명 높은 영국식 분할 민영화에 더 가깝다.

설사 정부가 수서발 KTX 지분의 과반을 코레일·정부 지분으로 남겨 둬 이른바 ‘관 주도의 민·관합동’으로 치장하더라도, 본질은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국토부는 기업 운영에서 “철도공사(코레일)의 부당한 간섭이 없도록” 회계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향을 제시했고, 심지어 “민간이 주도하는 방안”까지 열어 둔 듯하다.

게다가 KT의 경우, 완전히 민영화되기 전부터 주주 배당이 경영의 최우선 목표였다. 사기업 지분이 30퍼센트 정도였던 1997년엔 순이익이 전부 주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당연히 공공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시설 투자비는 대폭 삭감됐고 대량 해고도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KT 지분을 야금야금 매각해 전부 팔아 치웠다. 수서발 KTX도 이처럼 완전히 민영화하는 길을 밟을 수 있다.

정부는 “코레일 독점의 비효율”을 제거하겠다고 하지만, 저들이 진정 없애려는 것은 바로 국가가 운영하는 안전하고 값싸고 질 높은 공공 철도다. 그동안 각종 시장화 조처로 상처낸 철도 사업을 아예 돈벌이 상품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공격하는 악랄한 시도다. 반드시 철도 민영화를 막아야 한다.

진보 진영의 독립적 힘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KTX 민영화가 가로막힌 데는 광범한 반대 여론뿐 아니라, 지배자들 내 갈등도 한몫했다.

코레일 사측도 자신의 이권을 지키려고 선거 국면을 활용해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관되게 민영화를 반대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도 코레일 사장 물갈이로 기강 잡기에 나섰다.

사실 코레일 관료들은 공공서비스 후퇴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점에서는 박근혜와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올 초에도 용산개발 부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희망퇴직” 운운했고, 최근엔 국토부에 ‘인력 감축’ 카드를 내밀었다고 한다.

따라서 코레일 사측을 우리 편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구조조정 운운하는 사측과도 날을 벼리며 독립적으로 민영화에 맞서야 한다.

한편, 민주당이 민영화를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철도 민영화를 밀어붙인 바 있고, 지금도 ‘경쟁을 통한 효율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최근에도 일부가 ‘제2공사화’ 방안에 적극 찬성하고 나섰던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민영화 반대에 일관된 이해관계가 있는 기층 노동자·민중 속에서 광범한 운동을 건설하는 데 계속 매진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는 집권 초부터 위기를 거듭하며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럴 때 철도 노동자들과 진보진영이 강력한 파업과 정치투쟁으로 맞선다면, 재앙의 질주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