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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논란:
임금 떼먹고 튀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

통상임금* 논란은 박근혜 정부와 재벌의 뻔뻔함과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미국에서 박근혜가 GM 회장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꼭 풀어 나가겠다”고 약속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자 전경련과 경총 같은 자본가 단체들은 통상임금을 반환하면 기업이 망하고 한국 경제가 두 쪽 날 것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당장 38조 원을 써야 하며, 그리 되면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협박이다.

사내유보금을 수백조 원이나 쌓아 놓고도(2012년 3분기 현재 상장회사 1천6백44곳의 내부유보금은 8백32조 원) 38조 원 때문에 죽는다고 호들갑인 것이다.

그동안 기업주들은 온갖 이름의 수당을 신설해 기본급을 낮게 유지하고, 노동자들을 싼값에 오랫동안 일 시키며 득을 봤다.

38조 원은 이러면서 생긴 체불임금이다. 3년치만 수십조 원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따라서 이를 돌려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당하다. 오죽하면 보수적인 법원조차 이런 요구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겠는가.

그런데 기업주들은 이런 판결을 지키기는커녕 막무가내로 ‘불법을 눈감아 주거나 법을 바꿔라’ 하고 생떼를 부리는 것이다.

쌍용차 해고자 등의 절규를 들은 척도 않던 박근혜가 “노사정 대타협”과 “대화” 운운하는 것도 속 보이는 짓이다. 기업주들한테 그동안 떼먹은 돈을 토해 내라고 하면 될 일이지, 왜 노동자들한테 ‘타협’과 ‘양보’를 강요하는가.

고용부장관 방하남은 한술 더 떠 이번 기회에 “임금 체계 전반을 손보자”고 한다. 그러나 저들이 말하는 임금 체계 개편은 노동자들을 더한층 쥐어짜기 위한 것이다.

최근 경총 관계자는 “직무와 성과가 연동되는 방식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들은 이참에 해마다 임금이 인상되는 연공서열제를 폐지하고 연봉제*를 도입해 임금을 깎으려는 것이다.

물론 이번 기회에 임금 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은 기업주들이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여야 한다.

기본급 대폭 인상

지금껏 기업주들은 기본급을 낮게 유지해, 잔업과 특근 같은 시간외 노동을 싼 값에 이용했다(예컨대, 현대차 노동자들의 경우 월급에서 기본급의 비중이 30퍼센트도 안 된다). 기존 노동자들을 싼값에 오래 부릴 수 있다 보니, 일자리를 늘릴 이유도 없었다.

낮은 기본급 때문에 노동자들은 소득을 벌충하려고 잔업과 특근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이 OECD 최장 노동시간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이유다.

이런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해마다 현대차 노동자 30여 명이 과로사나 돌연사로 사망), 영혼까지 앗아 갔다.

OECD 국가 중 가장 오래 일하는 한국 노동자 잔업과 특근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으로 발전시키자. ⓒ이윤선

“새까맣게 검은 가죽으로 덮인 얼굴 모습에 어깨는 축 처져 있고 눈은 퀭하니 초점이 없었다. … 나는 영혼이 없는 인간의 얼굴을 발견했다.”(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교육위원)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나아가 기본급의 비중과 액수를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 체계를 개선하면 이런 장시간·저임금 굴레를 끊어 낼 수 있다.

노동운동은 이번 사안을 단지 통상임금을 돌려받는 것을 넘어 주 40시간만 일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