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 1일 부터 시행되고 1백 일 만에 설립·신고된 협동조합 수가 6백47개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평균 6.5개나 설립될 정도로 ‘열풍’이 분 것이다.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5인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효과이기도 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년 내에 협동조합 8천 개 설립을 목표로 협동조합 설립 지원에 적극 나섰다.

진보진영의 일부도 사기업·국가가 담당하는 경제와 달리, 협동과 연대를 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를 확대할 기회로 보고 협동조합 건설에 큰 관심을 보인다.

협동조합은 보통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라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 사업체이자 결사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일반적 기업 형태인 주식회사와 대조된다. 주식회사는 가능한 비싸게 팔아 이윤을 최대로 늘려 주주들이 나눠 갖는 게 목표다. 반면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 노동조건 향상, 고용 안정, 지역사회 발전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지향한다.

따라서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요즘, 협동조합의 이상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노동자·민중은 2008년에 시작된 경제 위기 속에 복지가 축소되고 실업이 증가하는 등 절망으로 내몰렸다. 2008년 경제 위기가 기업의 무한정한 이윤 추구 때문에 벌어졌는데 말이다.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아 국가가 경제에 개입했지만, 그 목적은 고통받는 보통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 기업·금융기관을 살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윤·경쟁 지상주의가 아닌 새로운 대안 체제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 때문에 전경련이 후원하는 〈한국경제〉는 “최근의 [협동조합] 열풍에는 주식회사에 대한 묘한 반대 정서가 내재해 있다”며 우려했다.

사실 경쟁이 아니라 협동, 불평등이 아니라 평등, 자본의 독재가 아니라 민주주의, 이윤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지향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과 비판을 담고 있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산업 자본주의의 출현과 거의 동시에 등장해 지금까지도 진보적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일 테다.

마르크스도 “어떻게 새로운 생산양식이 낡은 생산양식에서 자연적으로 발전하고 형성되는지를 보여 준다” 하고 협동조합의 의의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기존 제도의 모든 결함을 재생산하며 또 재생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협동조합이 가지는 근본적 한계도 지적했다.

재생산

사실 우리는 “체제의 모든 결함을 재생산한” 협동조합의 ‘타락’을 이미 봐 왔다. 일반 은행과 다름없이 높은 이자로 농민을 갈취하는 농협,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신용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의 이상을 실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이라는 영국 로치데일 협동조합이 이제는 거대 유통기업과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은 협동조합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게 아니다.

그래서 협동조합 운동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협동조합이 직면한 모순을 두고 고민하며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실 이런 모순들은 협동조합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기업들과 경쟁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사업체로서 협동조합이 파산하지 않으려면 다른 기업처럼 시장을 확보하고, 투자를 더 많이 해야만 한다. 결국 협동조합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기거나, 비용을 절감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이런 압력은 협동조합을 점점 더 일반 기업처럼 움직이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유명한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살펴보자.

1950년대 5명으로 시작한 몬드라곤은, 2010년 현재 금융·제조·유통 등의 업체를 갖고, 자산은 약 53조 원, 노동자 8만 4천 명에 이르는 규모로 성장했다(물론 몬드라곤의 성공은 1960~70년대 호황으로 스페인 경제가 급성장한 것도 한몫했다).

몬드라곤은 다른 기업에 뒤처지지 않으려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대거 만들었다. 해외에도 주식회사를 대거 설립해, 2010년까지 러시아·멕시코·중국·브라질·인도 등지에서 고용한 인원이 약 1만 6천 명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몬드라곤에 속한 기업 2백60여 곳 가운데 대략 절반만 협동조합인 상황이다.

즉,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약해졌고, 주식회사인 자회사에서 이윤을 얻어야만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협동조합이 성장을 우선하게 되면 민주주의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몬드라곤에서도 경영진의 권력은 점점 강해졌고, 조합원 총회는 늘 경영진의 투자 계획을 승인하는 것 이상은 할 수가 없게 됐다. 총회 참석률은 갈수록 떨어졌다.

수익이 나지 않는 작업장을 폐쇄해야 하거나, 임금 삭감과 해고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노동자 조합원들의 참여 의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협동조합 운동의 지지자인 박승옥 씨도 “협동조합은 지나친 성장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사회를 뛰어넘는 사업의 성장은 그 자체로 결사체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고 지적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시장경제의 변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 미쳐 날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제어하는 데는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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