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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허점을 이용하는 지배자들

지배자들 내에도 협동조합을 장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이명박 정부가 제정했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의 주요 방향 중 하나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꼽았다.

저들이 어울리지 않게 협동조합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경제 위기 고통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비껴가려는 의도가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을 살인적으로 진압해 대중의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친 서민”, “공생 발전”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배경에서 협동조합기본법도 제정했다.

저들은 이데올로기적 효과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노린다. 협동조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정부의 책임과 부담을 줄이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 몬드라곤이 전체 기업 순위 7위를 차지하는 스페인에서도 공식 실업률이 26퍼센트가 넘는다.

물론 노동자 중심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을 쉽사리 해고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력이 끊임없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를 위한 가치는 후순위로 밀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몬드라곤도 노동자 20퍼센트가 비정규직이어서 쉽게 해고할 수 있다. 게다가 몬드라곤은 1991~92년 위기 때 임금을 30퍼센트까지 깎았다.

특히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복지를 협동조합이 제공하게 한다는 정부의 생각은 우려스럽다. 실제로 협동조합 전도사라 불리는 김성오 씨도 정부가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한 배경에는 “복지 수요를 협동조합으로 해결하자”는 생각을 확대해 “보편 복지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유럽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계기는 1970년대 초 이탈리아의 ‘사회적 연대 협동조합’에서 비롯했다. 1970년대 경기 침체로 실업이 늘자 기존 복지체계로는 해결하기 어려웠고, 이를 사회적 경제로 대체하려 한 것이다.(장원봉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

복지

그러나 협동조합으로는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지를 충분히 제공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최근 박근혜 정부가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지 않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알아서 보육시설을 확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에 참가해 아이들에게 양질의 보육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돈 있고 참여가 가능한 사람들로 한정될 것이다.

그래서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나라에서 책임져야 할 것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것입니다. 협동조합 보육 시설은 프로그램이 좋은데 그런 것을 국공립 시설에서 하면 얼마나 더 좋겠습니까” 하고 지적했다.

또, 일부 지배계급은 긴축을 추진하며 협동조합을 통해 민영화도 추진한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간호사들이 협동조합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해, 아동과 노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양성하도록 하겠다”며 NHS에 대한 국가 책임을 약화시키려 했다.

진정으로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려면, 정부가 나서서 공공일자리를 늘리고,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서 복지를 늘려야 한다.

협동조합을 강조하며 자신의 책임을 은근슬쩍 민간에 떠넘기려는 정부의 시도를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