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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경찰에겐 안됐지만 나는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나는 2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한진중공업, 현대차, 쌍용차, 유성기업, 공무원노조 등 이명박이 끝내 해결하지 않고 남겨 둔 노동 현안들을 이틀 뒤 출범할 박근혜 정권이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집회였다. 또한, 이 집회는 박근혜 당선 직후 목숨을 끊거나 잃은 최강서, 이운남 등 여러 열사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집회이기도 했다.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은 자본들은 악랄하게 노동자들을 쥐어짰고 그에 비례해 노동 현안 해결을 바라는 범국민적 염원도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박근혜 당선에 절망해 목숨을 끊은 열사들을 앞에 두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었다면 박근혜는 더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노동 현안을 해결하려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박근혜의 하수인들이 보인 태도는 정반대였다. 이날 행진은 신고된 것이었는데도, 경찰은 중장비를 동원해 행진 대열을 막아섰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해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궤변을 떠들어 댔고, 카메라 수십 대로 불법 채증을 해댔다.

나도 이날 얼굴이 찍혔는지, 두 달 후인 4월 24일 경찰한테서 출석요구서가 날아왔다. 경찰은 청년인 나를 쉽게 겁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얼마 전에는 절차도 무시하고 집에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나와 내 가족 중 조금이라도 겁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무단으로 집에 찾아온 행태에 민주노총 변호사가 항의 전화를 하자 경찰이 잔뜩 겁을 집어먹고 거짓 변명을 늘어놓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대통령의 얼굴은 바뀌었어도 정권의 본질은 그대로임을 경찰의 이런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위기는 이명박 때보다도 더 일찍 찾아왔고, 박근혜가 여전히 나 몰라라 하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절박한 처지에서 생기는 대중의 분노도 쌓이고 있다.

나는 1퍼센트의 대변자 정권의 탄압에 맞서 노동자 대중과 함께 싸울 것이다. 정말 겁먹어야 할 자들이 누구인지 가르쳐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