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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노동 체계 ‘개악’의 모델

박근혜는 ‘로드맵’의 목표가 “기존 고용창출시스템(남성, 장시간 노동, 제조업, 대기업)의 중심축을 여성·창조경제(서비스업·중소기업)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 유연화, 신자유주의적 임금체계 개편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만들어졌다는 네덜란드 모델을 내세운다. 이 모델의 특징은 전체 고용의 3분의 1이 넘는 시간제 일자리다. 네덜란드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1970년대부터 늘어났다. 당시 시작된 장기적 경제 침체 때문에 일자리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네덜란드 기업주들은 노조 지도자들에게 당장 해고를 늘리지 않는 대신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그리고 기존 전일제 일자리를 시간제로 쪼갰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고, 노동계급 내부에서 고통을 분담하게 한 것이다.

그나마 당시 네덜란드는 임금 차별이 적고 복지제도가 탄탄했기에 이런 타협이 유지됐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 위기 때는 다급해진 기업주들이 먼저 “합의주의”를 깨며 공격을 강화했다.

그런데 오늘날은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는 지금 정규직 노동조건 공격과 비정규직 확대를 동시에 하려 한다.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금융노조, 공공연맹 등이 거세게 반발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불법파견이나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 판결조차 개무시하는 이 나라의 지배자들이 노사정 ‘타협’을 진지하게 성사시킬 가능성은 별로 없다.

세계경제 위기가 계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결국 박근혜가 추구하는 길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 체계의 지속과 악화만을 낳을 것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배제와 탄압이 강해질 것이다.

네덜란드 모델에서 노동운동이 진짜 배워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노조운동이 노동 유연화를 수용하고 ‘사회적 합의주의’에 발목 잡힌 결과, 노동계급 단결과 투쟁력만 약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네덜란드의 복지국가는 많이 후퇴했다.

노동운동은 ‘유연안정성’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