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전직 미 정보병 브래들리 매닝은 미국의 전쟁 범죄와 국가 기밀을 만천하에 폭로한 죄로 종신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그는 이라크에 정보분석병으로 주둔하던 2010년도에 미국의 외교기밀문서 25만 건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록 39만 건을 국제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그가 밝힌 기록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 사망자 중 90퍼센트가 민간인이고, 미국 정부는 의도적인 학살을 오폭 등의 사고로 은폐해 왔다.

특히 ‘부수적 살인’이라는 제목의 이라크 민간인 폭격 영상을 통해 밝혀진 학살의 실상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영상에서 미군 헬기 조종사는 전자 게임을 즐기듯 무자비하게 민간인들을 사살한다.

이 민간인 중에는 취재용 카메라를 든 로이터 기자 두 사람도 포함돼 있었다.

매닝은 관타나모 수용소의 끔찍한 고문 실상과 1백40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2009년 5월 아프가니스탄 그라나이 마을 학살 장면도 공개했다.

매닝은 아랍 친미 독재자들의 치부도 밝히 드러냈다.

그가 폭로한 외교 전문에는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 전 대통령 일가가 혈연·혼인 관계를 통해 정·재계를 주무르고 있으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29년째 정권을 이어온 이집트의 대통령 무바라크가 “임종 전까지 권좌에 앉을 것”이라는 미 대사관의 관측이 담긴 외교 전문도 공개됐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이 아랍에서 혁명을 일으킨 민중의 투쟁에도 기여한 것이다.

만행

매닝의 행동으로 체면이 상한 미국은 가혹한 보복을 가하고 있다. 매닝은 기밀 폭로 이후 1천일 동안 재판도 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수감 기간 동안 그는 독방에 갇히고 운동까지 제한받았고, 감옥 당국은 ‘자해’를 방지한다며 밤에는 속옷까지 탈의시켰다.

6월 3일에 드디어 첫 재판이 시작됐지만 미국은 더 큰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검찰은 매닝이 기밀 정보를 폭로해 “[알 카에다와 같은] 적을 이롭게” 했고, “미군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그를 반역죄 등으로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동 민중을 학살한 미국 제국주의의 야만과 범죄를 폭로한 것은 결코 처벌받을 일이 아니다.

침략 전쟁으로 평화를 파괴하고 “(평범한) 미군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린 미국 정부의 만행이야말로 처벌받을 일이다.

미국의 전쟁 범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점령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미국은 동북아에서도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폭력과 학살을 일삼는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이 매닝의 석방 여론으로도 표현되고 있다.

6월 1일에는 2천 명의 시위대가 재판이 열리는 포트 미드 주변을 행진하며 “매닝을 석방하라” 하고 외쳤다.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 청원에도 50만 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나눔문화, 경계를 넘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등의 단체가 2천86명의 서명을 받아 미 대사관에 전달했다.

매닝은 무죄다. 만약 미국 정부가 반대 여론을 거슬러 매닝을 처벌한다면 이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질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